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국방부가 평소 같으면 군사기밀이라며 한사코 내놓지 않을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면서 “국방장관 임명을 막기 위한 저항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같은 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송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개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전·현직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낙마작전을 펼치고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고액 자문료 수수 논란, 납품비리 사건 무마 및 방산업체 특혜 의혹, 음주운전 은폐 의혹 등 송 후보자가 받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반(反)개혁세력의 준동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의 이러한 시각은 안경환 전 법무장관 후보자 낙마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책임론이 불거졌을 때도 나온 바 있다. 안 후보자의 42년 전 혼인무효 판결문이 공개되자 ‘그걸 어떻게 구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으며 조 수석에 대해선 ‘검찰 내에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고 했다. 여권과 열혈 지지층 내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적폐세력 음모론이다. 사회 곳곳의 적폐 대상들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온갖 의혹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인식이자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민주당은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많은 제보를 바탕으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를 이끌어냈다. 그럼 그때도 개혁 저항세력의 조직적 도움이 있었는가. 이날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송 후보자가 경찰을 매수해 음주운전 서류 자체를 없애버렸다는 의혹을 추가했다. 정상적이라면 이런 의혹이 제기되면 사실인지 확인하고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이유를 살피는 게 먼저다. 우리 편을 건들면 무조건 적폐세력이라는 접근으로는 인사 실패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사설] 정당한 의혹 제기도 개혁 저항세력 음모인가
입력 2017-06-28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