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장애인 삶의 동반자, 문화·예술 키우라

입력 2017-06-29 00:04
장애인과 시민이 함께 어우러진 단풍나무 합창단의 공연 모습. 서울한영대 제공
위 사진은 서울시의회 의원이자 가수인 박마루씨와 가수 김장훈씨. 아래 사진은 발달장애청소년 음악콩쿠르. 서울한영대 제공
가수이자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가인 박마루 서울시의회 의원(장애인직능 비례대표)은 “장애인에게 문화 예술은 삶의 동반자나 다름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문화예술진흥법과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지원은 미흡합니다. 그나마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토록 했습니다.”

박 의원은 “조례에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계획 및 사업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장애유형별 특수성을 고려해 문화예술 향수권을 보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주장하는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은 “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고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 의원은 최근 자신의 노래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을 가수 김장훈과 함께 부르며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희망 바이러스 확산에 나섰다. 이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를 구현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장애 유형별 문화예술 활동에는 고려돼야 할 부분이 있다. 청각장애인의 문화는 몸짓문화 혹은 수화문화다. 최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국제적으로 청각장애연구학과(Deaf Study)가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 학과는 수화도 가르치지만 청각장애인 문화를 교수하고 학습시킨다. 예를 들면 “청각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밤에 잠을 잘 때 하루는 엄마, 하루는 아빠가 아이와 끈을 묶어놓고 아이의 우는 것을 느끼게 한다”는 내용이 있다. 문화가 언어이기에 청각장애인은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수어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청각장애 학과를 개설하고 여기에 문화예술 활동을 접목시키는 것이 우리가 시도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양화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오래전 고인이 됐지만, 청음회관 및 운보공방을 만들어 청각장애인의 시각적인 강점을 개발하도록 도움을 줬다. 디자인 분야나 화가로서의 길을 모색해주는 한편, 청각장애인의 재활과 복지에도 크게 공헌했다.

이처럼 시각장애의 경우 문화예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나 단체가 많다. 클라리넷 연주로 경지에 도달한 이상재 교수를 비롯,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한빛예술단의 공연이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른 중증 장애 생산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유형의 물품이 아닌 무형의 예술공연이 공공기관 생산품으로 인정받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장애인의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은 일자리 창출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장애인 연기자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연예기획사도 있다. 피플지컴퍼니(People G. Company)는 김은경 대표의 헌신적 희생과 배려로 아시아 최초의 다운증후군 영화배우 강민휘씨를 발굴해 문화예술인으로 육성했다. 또 뇌성마비 장애인 길별은씨를 뮤지컬에 데뷔시켜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다리를 놓았다. 사실 장애 당사자의 연기력보다 기획사 대표의 장애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낸 열매였다. 신앙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강점을 살려 연기와 연결시킨 인간승리의 사례라 하겠다.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김종인 박사는 “문화예술 활동에 새롭게 도전하는 장애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발달장애인”이라고 강조한다. “발달장애인은 언어적인 한계로 의사소통의 제약이 있지만 악기 연주나 합창, 디자인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꾀하는 것은 물론 삶의 희락을 느끼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이 학교생활이나 직장 생활을 통해 최저임금을 받는데 그치고 있지만, 오후나 저녁 시간에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덧붙였다.

밀알복지재단 소속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첼로 합주단 ‘날개’를 비롯, 브솔복지재단의 ‘브솔오케스트라’ 등 발달장애인의 예술분야가 개척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아르크’라는 사단법인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출범한 단체다. 충남 천안에 소재한 이 단체는 장애인과 지역사회 인사들과 함께 어울리는 ‘단풍나무 합창단’을 8년 전에 창단, 그간 수십번의 공연을 해왔다.

아르크 조명숙 원장은 “장애를 지닌 청년들과 그 부모님이 하나, 둘 모여 만든 작은 합창단이지만 아르크는 문화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 문화예술을 통한 복지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한다”며 “이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협조자가 되어준다는 사실에 보람이 크다”고 전했다.

장애인의 문화 예술 활동은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선택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 예술 활동이 장애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또 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