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사회적기업 육성이 대안이다

입력 2017-06-28 17:35 수정 2017-06-28 21:26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정하고,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경찰이나 소방, 교육, 복지 등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좋지만 국민 세금으로 철밥통 공무원을 늘리는 데 대해선 선뜻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81만개 공공일자리 중 공무원직은 17만개이고 나머지는 사회복지, 보육, 공공의료 등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일자리다. 그렇다면 공공부문 일자리를 공무원으로 다 채우기보다는 사회적기업에 맡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이윤만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공동간병 사업을 벌이는 ㈜천사, 저소득층 주거복지 사업을 하는 유한회사 두레건축, 친환경 학교급식 및 결식아동 반찬 도시락을 지원하는 원주푸드협동조합 등이 사회적 기업에 해당된다.

지난해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를 취재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선진국에서는 사회적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복지, 교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 기여도가 크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는 몬드라곤 협동조합기업이 있다. 1956년 5명의 노동자로 시작했으나 현재 111개 협동조합과 120개 자회사 등 총 255개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연간 매출은 150억 유로(약 21조1600억원)에 달해 스페인에서 매출 7위의 대기업이 됐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사회적기업 라토후가 주거·의료뿐 아니라 서비스 분야 등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만들어져 첫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법 시행 후 올해 5월까지 정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은 모두 1975곳에 이르며 이 중 1741곳이 활동 중이다. 10년간 88%가량이 살아남은 셈이다. 이는 일반 창업기업 생존율보다 월등히 높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5 사회적기업 성과 분석’에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2015년 한해에 2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고용인원은 2007년 2539명에서 2015년 3만4220명으로 13.7배 증가했다. 특히 고용인원의 61.6%는 고령자·장애인·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이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가 사회적기업 육성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발표를 계기로 재정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아시아 최초로 사회성과보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성과보상사업이란 사회성과(공익) 창출을 목적으로 민간이 자본을 투자해 사업을 수행하고 약속한 성과 달성 시 정부 예산으로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지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가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 마을기업은 행정자치부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가, 사회적기업 인증은 고용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분산돼 있다. 이를 조속히 일원화해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사업은 마중물 성격이고 결국 민간부문에서 사회적기업이 자생할 수 있어야 한다. SK그룹이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경영 철학에 따라 2010년 대기업 최초로 사회적기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13개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에 참여할 사회적기업을 모집해 1년 단위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한 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 사회가 함께 키워가는 사회적기업들이 따뜻한 시장경제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김재중 산업부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