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사전적 의미로 ‘신이 인간과 세계에 대해 맺고 있는 관계와 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독교에서 신학은 ‘기독교 개념들에 관한 조직적 연구’를 뜻한다. 여기엔 그 개념들의 역사적 발전, 상호관계, 삶에의 적용 등이 포함된다. 신학은 역사적으로 인간사회와 서로 관계하며 발전했다. 그 중 철학의 영향은 지대하다.
예를 들면 플라톤 철학은 초월성에 강조점을 뒀다. 플라톤에게 실재(實在)는 영원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형상이다. 그저 생겼다 사라지는 가시적 사물 세계가 아니다. 그래서 플라톤은 ‘위의 것’에 마음을 둘 것을 강조한다. 최상의 실재는 형상, 즉 이데아(idea)의 세계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 같은 철학 사상은 기독교 신학과도 맞닿아 있다.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초기 신학자는 하나님은 물질적 존재가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물리적 세계보다 더 실재적이라는 플라톤 철학의 주장을 지지했다. 여기엔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이 컸다. 신플라톤주의는 물질적 존재는 영적 존재보다 실재성이 덜하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영적 세계는 치켜세우고 물질세계는 격하시키는 이분법을 낳았다. 신플라톤주의는 중세 초기부터 17세기까지 기독교 신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책은 이처럼 주요 철학 사상들이 어떻게 신학에서 이해되고 적용됐는지 안내하고 있다. 가나다순으로 각 철학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주요 쟁점과 신학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일종의 ‘포켓 철학사전’ 격이기도 한 이 책은 표제어들을 따라 고전철학부터 현대철학까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한다. 각각의 철학적 이해가 기독교신학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그리고 오늘날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목적론은 그리스어 ‘텔로스(telos)’에서 나왔다. 끝이나 목적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자연세계에 적용되지만 윤리학에서도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자연물들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초기 기독교 사상가들 역시 하나님께서 세상을 어떤 목적을 위해 창조하셨다고 주장했다. 목적론은 하나님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로도 사용됐다.
요한복음에서 ‘말씀’이란 단어로 번역된 고대 그리스어 ‘로고스(Logos)’는 최상의 질서와 통일성, 합리성의 근거로 사용됐다. 기독교 전통에서 이 개념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부여됐다. 사도 요한은 예수님을 창조의 배후에 있는 질서의 원리이자, 우주적 의미를 지닌 인물로서 로고스라 표현했다.
‘오컴의 면도날’로 유명한 영국 철학자 오컴은 데카르트와 같은 근대 초기 철학자뿐 아니라 마르틴 루터 등 종교개혁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형이상학적 미니멀리즘을 주장했다. 대표적 명언은 ‘필요 이상으로 실체를 늘리지 말라’이다. 추상적 개념으로 불필요한 형이상학적 세계를 늘리지 말라는 뜻이다. 오컴은 교회의 권위는 성경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다. 성경은 오류가 없지만 성서해석자(교황과 공의회)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 책은 철학용어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전문적이다. 신학이나 철학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면 어려울 수 있다. 출판사 측은 난이도가 ‘약간’ 있다며 보충자료까지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마침 신자들 사이에 신학 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학서적을 읽다가 언제든 펴볼 수 있는 참고서로 유용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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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