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불공정거래 구글에 3조920억원 과징금

입력 2017-06-27 21:30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24억2000만 유로(약 3조9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EU가 같은 혐의로 단일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시장 내 공정 경쟁을 관할하는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구글은 온라인 검색 부문의 독보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지역 검색과 여행, 쇼핑 등의 서비스에 불공정한 혜택을 줬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EU가 문제 삼아 조사한 대상 기간은 2010년부터 7년 동안이다. 27일(현지시간) EU 당국은 발표문을 통해 “구글이 검색엔진으로서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자사 쇼핑 관련 서비스에 부당한 혜택을 줌으로써 경쟁사들의 피해를 초래했다”고 명시했다.

EU 당국은 해당 사안 이외에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소프트웨어와 구글의 인터넷 광고서비스 애드센스의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글은 EU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법원에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켄트 워커 구글 선임 부사장은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발표된 EU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EU 집행위 결정을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며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에 대한 EU의 고액 과징금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건 ‘미국 우선주의’로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는 EU와 미국의 관계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EU는 2009년에도 구글과 동일한 혐의로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에 10억6000만 유로(약 1조35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아일랜드에 유럽본부를 둔 애플에 법인세 미납 명목으로 130억 유로(약 16조678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매겼다.

현재 EU 당국은 구글 이외에도 미국의 거대기업인 아마존과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에 대해서도 불공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