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중단 여부, 3개월내 사회적 합의 가능할까

입력 2017-06-27 23:38
정부가 27일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환경단체는 민주주의 결정 방식에 따라 합리적 판단을 내리겠다는 정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원자력 업계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지역주민의 반대도 클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이해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3개월 내에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이번 공론화 과정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1400만㎿의 신고리 5, 6호기 공사는 지난해 6월 건설 허가를 받은 이후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종합공정률 28.8%(시공 10.4%)를 기록하고 있다. 건설 운영사는 한수원, 시공사는 삼성물산 컨소시엄이다.

총공사비 8조6000억원 중 계약된 금액은 4조9000억원이다. 이 중 집행된 공사에 1조6000억원을 사용했다. 또 계약을 한 두산중공업, 한전기술 등 대기업과 삼신, BHI 등 중소기업은 2조5000억원가량의 기기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가 중단될 경우 보상비용까지 합쳐 약 2조6000억원의 매몰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을 집행하는 한수원이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비용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한수원 측은 “정부의 결정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 반발이 큰 상태다. 한수원 노조는 “지역주민의 자율 유치로 추진되는 사업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건설 중단을 추진한다면 지역사회 갈등을 유발할 뿐더러 천문학적인 금액이 매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공사에 들어간 업체들과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민들은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엔 시민사회와 학계, 성직자 등 다양한 사람 17명이 참여했고 핵 관련 공학자나 관계자들은 배제했다. 위원회는 “원전 사고는 위험하다”며 “미래세대에 핵폐기물을 넘겨주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고 메르켈 총리는 이를 받아들여 2022년까지 ‘탈핵’을 결정했다.

대만의 경우는 좀 더 암울하게 진행됐다. 사회적 합의 없이 원전을 건설하려던 대만은 ‘원전 공사’를 반대하는 수십만명의 시위로 결국 공정률 98%까지 진행된 제4핵발전소의 공사를 중단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미 탈핵으로 방향을 정했다면 빨리 진행하는 것이 맞다”면서 “98%까지 진행해 중단한 대만보다 28%일 때 중단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