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필요한 곳에 ‘교수·시민단체’ 출신…文대통령 인사스타일

입력 2017-06-28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내각에 교수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다. 특히 고강도 개혁을 예고한 분야에선 교수·시민단체를 모두 겪은 ‘교집합’ 인사들이 발탁됐다. 해당 부처의 온정적 정서를 타파하고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 수혈에 적극 나선 것이다.

반면 국정을 보좌할 차관급 인사에는 노무현정부 근무 경험이 있는 ‘노무현 키즈’가 전진 배치됐다.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부처에는 전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라도 과감히 관료 출신을 발탁해 안정감을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발탁한 장관급 인사 25명(장관급 격상 예정인 국가보훈처장 포함) 중 교수 출신은 모두 8명이다. 이 가운데 시민단체 활동을 병행한 인사는 27일 지명된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을 비롯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강도 개혁 작업을 이끄는 핵심 부처로 내부의 온정주의와 기득권 카르텔을 타파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국민권익위와 여성가족부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곳으로, 약자에게 가혹한 사회적 통념과 악습과 싸워야 한다. 장 정책실장은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입안 과정을 진두지휘한다.

시민단체 경험이 없는 교수들 역시 개혁 전선에 전진 배치됐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교육 개혁을 이행할 교육부총리에는 교수 출신으로 경기도교육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지낸 김상곤 후보자가 지명됐다. 노동 개혁을 담당할 고용노동부 장관에도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지명된 상태다. 시민단체 출신으로는 개발 논리에 밀려 소외됐던 환경보호의 중책을 맡을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키즈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도만 장관직을 맡았다. 노무현정부 시절 직급 그대로 다시 청와대에 입성한 참모들과 서주석 국방부 차관 등 부처 차관급에 주로 노무현 키즈가 배치됐다.

관료 출신은 주로 경제·외교 분야에 집중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정부에서 중용됐지만 다시 경제부총리로 발탁됐다. 1기 내각 스타로 떠오른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라인으로 분류됐던 사람이다. 국내 외교가의 주류인 미국통이 아닌 국제무대에 정통한 인사다.

청와대는 정책실장 산하에 신설된 통상비서관에도 이태호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한·미, 한·EU FTA 협상을 담당한 대표적 통상 전문가다. 대대적인 개혁 작업보다 전임 정부 정책과의 연속성, 전문성을 고려해야 하는 분야에 관료 출신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금융위원장에 이명박정부 시절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비중 있게 거론됐던 것도 이런 흐름이 작용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경우엔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과 달리 ‘국정원맨’인 그를 국정원 개혁 선봉으로 세운 것은 국정원 특성을 고려해 단계적, 안정적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 정책을 유화 기조로 바꾸기 위해선 대북 협상 경력이 풍부한 그가 적임자라는 이유도 반영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