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윤리위, 이규진 부장판사 징계 권고

입력 2017-06-27 18:53 수정 2017-06-27 21:40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 징계 촉구에 상응하는 조치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은 사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영한(62·11기) 대법관에 대해서도 주의촉구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4월 양 대법원장이 진상조사에 대한 심의 및 의견 제시를 윤리위에 요청한 지 2개월여 만이다. 윤리위는 그간 네 차례 회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위는 이 부장판사가 올해 초 법원 내 진보 성향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축소하는 데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당시 이 연구회에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 행사, 법관 독립성 필요성 등에 대해 민감하고도 비판적인 내용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이때 이 부장판사는 임종헌(58·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판사들의 연구회 중복 가입을 문제 삼았다. 연구회 간사인 후배 판사에게 부당한 간섭을 하기도 했다.

윤리위는 고 대법관에 대해서도 “법원행정처 사무 관장자로서 사법행정권의 적법하고 적정한 행사에 관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 대법관이 당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가해지던 대응 방안 등의 적정성을 우려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윤리위는 지적했다. 윤리위의 권고에 따라 이 부장판사는 곧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고 대법관은 구두경고를 받을 전망이다. 임 전 차장은 지난 3월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윤리위는 그간 법조계의 관심을 끌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윤리위는 지난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했던 결과를 전제로 관련자들 징계 필요성을 판단했다. 이를 고려하면 문제성 판사들의 명단 등이 실재하지는 않았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그대로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 때문에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고 대법관이나 임 전 차장 외에 실장회의에 참여한 행정처 실장 3명의 책임까지 묻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윤리위는 “실장회의는 정례화된 회의에 불과하고 의결기구가 아니다” “실장들이 대응 방안 등의 시행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3명의 직무·신분상 의무 위반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윤리위는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할 법관윤리 담당 부서 강화 등 제도 개선책을 제안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윤리위 결론을 토대로 전국법관회의 의결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