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민간기업들 채용 관행 8월 중 실태조사

입력 2017-06-27 18:17 수정 2017-06-27 21:37

정부가 오는 8월 민간기업의 채용 관행 실태 조사에 나선다. 신입사원 채용 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스펙 없는 이력서’ ‘블라인드 채용 강화’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공개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다지만 기업 입장에선 ‘무언의 압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27일 입수한 정부 관계부처 합동 보고서는 채용 때 가족관계나 출신지, 신체적 조건, 학력 등을 요구하는 것은 편견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부터 출신지역, 가족관계, 학력 등을 삭제한 입사지원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지시한 ‘공무원 및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연말까지 332개 공공기관에 도입하고 내년에는 149개 지방 공기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행 방안은 부처별로 역할을 분담했다. 행정자치부는 8월까지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공공기관 인력운영 방안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반영하기로 했다.

민간 부문 확산 대책도 담겼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8월 기업 채용 관행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취업준비생이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개 채용 정보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살펴볼 방침이다. 아울러 조사 결과를 토대로 9월 중 민간에서도 적용 가능한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북을 마련해 배포한다는 일정도 잡았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박근혜정부에서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채용 방식을 참고하라는 제안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각 회사 인사 담당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할 것”이라며 “아직은 초안으로 확정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을’의 입장인 취업준비생들의 스펙 쌓기 관행 개선에 맞춰져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15년 9월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5.2개의 스펙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들이 학벌과 학점, 토익, 어학연수나 자격증 등에 시간과 비용을 쏟아붓는 현상은 이미 일반화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의 실태 조사만으로도 기업에는 압박이 된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인재 확보가 생존 조건인 기업에서 보다 나은 인재를 얻기 위해 세운 기준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