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일괄 폐지 반대”… 한발 뺀 조희연

입력 2017-06-28 05:03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연일 기존 폐지 입장에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교육감이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 발언을 내놓으면서 교육 현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와 교육 단체는 폐지 찬반 논쟁으로 두 동강 나고 있다.

조 교육감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나의 일반고 전성시대’ 토크콘서트에 참여했다.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외고, 자사고 등을 중심으로 한 고등학교 서열화 체제를 극복하고 일반고가 고등학교 공교육의 중심에 확고히 서야 한다”고 했다.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최근 들어 외고 자사고 일괄 폐지 방침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외고·자사고 폐지는 과도기적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악순환의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대변인을 통해 자사고 폐지가 중앙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선 데 이어 나온 것이다.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은 계속됐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학부모연합회는 오후 2시 서울 중구 이화외고 참빛강당에서 회의를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에서 모인 90여명의 학부모는 ‘교육감님 우리에게 공부할 자유를 주세요’ ‘실패한 평준화정책을 외고 탓으로 돌리지 마라’ ‘외고 국제고 폐지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소리쳤다. 이수현(한영외고 학부모) 회장은 “수월성 교육의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외고, 국제고를 정치 논리로 매도하지 말고 폐지 정책을 중지하라”고 말했다.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국제중·자사고 지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발표를 코앞에 두고 이제 와 최종 권한이 교육부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28일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특성화중학교 영훈국제중 등 5개 학교의 재지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내용에 따라 외고 자사고 폐지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