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07… 김국영, 이틀 만에 또 新났다

입력 2017-06-27 18:59 수정 2017-06-27 21:22
김국영이 27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10초07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을 세운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1979년 9월 9일 멕시코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남자 100m 한국 신기록(10초34)을 세웠던 고(故) 서말구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작 내 기록을 깨서 뭐 하려고 하나. 세계 1등을 하겠다는 포부로 덤벼라. 뒷산에 오를 생각만 하면 뒷산밖에 못 간다. 뒷산이 아니라 에베레스트에 오를 생각을 하라.”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은 선배의 말마따나 에베레스트를 향해 홀로 우직하게 ‘황소걸음’을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인 최초로 100m를 10초0대에 주파했다.

김국영은 27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10초07을 기록했다. 지난 25일 같은 곳에서 열린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준결승에서 10초13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해 자신의 한국신기록(10초16)을 깼던 김국영은 이틀 만에 0.06초를 단축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국영의 이날 기록은 올 시즌 남자 100m 세계랭킹 공동 36위, 아시아 랭킹 4위에 해당한다. 김국영은 이날까지 모두 다섯 차례 남자 100m 한국신기록을 썼다. 김국영은 오는 8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 출전 기준 기록(10초12)을 통과하는 기쁨도 안았다.

김국영은 19세이던 2010년 전국육상선수권에서 10초31을 기록하며 서말구의 한국 기록을 31년 만에 깨뜨리며 차세대 스프린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져 10초60∼70대 기록에 머물렀다. 김국영이 부활에 성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탈수 증상에 시달릴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과감한 변신을 꾀한 결과였다. 김국영은 176㎝로 단신이어서 스타트를 굉장히 빨리 하고 빠른 발놀림으로 승부하는 주법을 썼다. 하지만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뒷심 부족으로 예선에서 탈락하며 한계를 절감했다.

김국영은 남자 110m 허들 간판으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박태경(광주광역시청) 코치의 도움을 받아 스타트 후 큰 동작으로 트랙을 강하게 밟아 그 탄력으로 가속하는 주법을 익혔다. 지난겨울엔 주폭을 키웠고, 팔을 치는 동작도 간결하게 가다듬었다. 그는 막판 스퍼트가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400m 중거리를 뛰는 훈련도 꾸준히 했다. 이렇게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덕분에 그는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다.

김국영은 레이스를 마친 뒤 “그동안 훈련의 초점을 오늘 경기에 맞췄기 때문에 좋은 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국영의 꿈은 한국인 최초 9초대 진입이다. 나아가 아시아 정상까지 노리고 있다. 남자 100m 아시아 기록은 카타르 국적의 나이지리아 출신인 페미 오구노데(카타르)가 보유한 9초91이다. 순수 아시아인 중에서는 쑤빙톈(중국)의 9초99가 가장 빠른 기록이다. 김국영은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9초대에 진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