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기독교의 원형

입력 2017-06-29 00:02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는 기독교의 원형(原形)을 담고 있습니다.

그 하나가 예수님이 사람을 영접하는 모습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배경은 유월절 행사 때문에 사람들의 이동이 많고 매우 번잡한 상황이었습니다. 주님이나 오랜 전도여행에서 돌아온 제자들 모두 피곤했을 겁니다. 그 즈음 세례 요한이 목이 잘려 죽은 소식도 전해진 터라 다들 마음이 심란했을 때였습니다.

빈들에 모인 무리 가운데 남자만 5000명이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합치면 2만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특별한 동기 없이 모인 대중들로, 구경삼아 여기저기 떠돌다가 모여든 무리였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선 그들을 영접했습니다.

오늘 말씀이 주는 첫 번째 메시지는 우리의 자세가 누그러진 때에도 주님은 우리를 받아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좀 정신이 없어도, 너무 고단해 기도를 하지 못하더라도 주님께선 우리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십니다. 우리는 주님께 다가가기만 하면 됩니다.

두 번째 기적은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처음 나타나실 때 광야의 거친 뜰 떨기나무를 통해서였습니다. 광야의 떨기나무는 흔한 식물이었습니다. 주님께선 우리의 일상생활 한복판에서 우리를 만나주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먹고 입고 마셔야 하는 육신의 요구는 물론이고 하찮은 인간관계 속에서도 주님은 나타나십니다.

빈들에 저녁이 찾아오자 예수님은 이들이 뭘 먹어야 할지 아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에 대해 우리는 남의 일로 치부할 때가 있습니다. 예레미야애가 1장12절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여 너희에게는 관계가 없는가.’ 2만여명의 식사가 문제인데 제자들은 이들이 동네에 가서 뭘 사먹게 하자고 말합니다.

그때 주님은 “너희가 먹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오병이어’로 모든 무리들을 빠짐없이 먹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기적은 일상에서 일어날 뿐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으로도 일어납니다.

그 다음은 법과 질서입니다. 주님은 무리들을 50명씩 나란히 앉게 하십니다. 기적에,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은 법과 질서입니다. 이단·사이비 단체들은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부류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교회와 신앙적으로 건강한 성도들은 교회와 사회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준수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무리를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그런데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이 열두 광주리나 됐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때는 넘치게 주십니다.

옥에 갇힌 요셉은 감옥에서 나오기만 바라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출옥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의 자리까지 주셨습니다. 넘치는 축복을 베푸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만신창이가 된 상황 속에서 한 끼라도 먹는 게 간절한 소원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나라가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주님이 계신 곳에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의 커다란 축복이 있습니다. 과분하고 넘치는 주님의 축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성도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민경배 목사(백석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