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염병 대응 전담기관인 질병관리본부(질본)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자는 법안이 27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됐다.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인 질본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청(廳)으로 되면 조직 운영과 예산·인사, 정책 실행에서 자율적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실질적인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27일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질병관리청을 두는 내용의 정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정무직 청장 1명과 고위공무원 차장 1명을 두도록 했다. 법안 발의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을 비롯한 12명이 동참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계에서는 감염병 관리 조직의 위상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청 격상을 촉구해 왔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실장급(1급)에서 차관급으로 높아졌지만 본부는 여전히 복지부 소속기관으로 남아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과장급(5급) 이상 인사는 복지부와 사전 협의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산 역시 복지부 예산 총액 내에서 책정돼 감염병 관련 자체 신규사업 발굴이 어렵다.
중앙행정기관(부·처·청)으로 승격되면 재난 및 안전 관리법에 따른 재난관리 주관기관으로 각종 사안에 독립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감염병 전국 확산 등 위기 상황에서 시·도, 시·군·구 등 지자체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가능하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전문가 조직인 질병관리본부가 지금처럼 인사와 예산, 정책 집행에서 복지부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며 국회의 개정안 발의를 환영했다. 질병관리본부도 법안 발의를 반기는 분위기다. 본부는 이달 초 청 승격 시 구체적 조직 구성과 운영안 등이 담긴 독립성·전문성 보장 방안을 마련해 정 의원실에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태원 기자
[단독] 질병관리본부 → ‘청’으로 승격할까
입력 2017-06-27 18:28 수정 2017-06-27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