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바도르 달리의 친딸” 소송… 스페인 법원, 시신 DNA 분석 결정

입력 2017-06-27 21:32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사진)의 시신이 친자 확인을 위해 발굴된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마드리드법원은 여성 점술가 필라 아벨 마르티네즈(60)가 제기한 친자 확인 소송 과정에서 달리의 DNA 채취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달리의 시신은 고향인 카탈루냐 지방 피게레스에 위치한 ‘달리 극장 박물관’ 지하에 묻혀 있다. 이에 법원은 관할 법원에 관련 절차를 요청할 계획이다. DNA가 채취되면 국립독성물법의학연구소에서 마르티네즈의 DNA와 비교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르티네즈는 1950년대 자신의 어머니가 포트 리가트 지방에서 체류하며 달리와 사귀었고, 이후 어머니는 다른 남성과 결혼해 자신을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르티네즈는 할머니에게 “너는 내 아들의 딸이 아니라 화가의 딸이다. 기행을 일삼던 아버지와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는 2007년부터 자신이 친딸이라며 소를 제기했지만 “증거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판결을 받았다.

달리는 자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가 남긴 작품과 미술관 3곳 등 3억 유로(약 3820억원) 상당의 재산은 현재 달리재단과 스페인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마르티네즈가 친자로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유산 중 4분의 1을 갖게 된다.

20세기 천재 화가로 꼽히는 달리의 대표작은 ‘기억의 지속’(1931)이다. 바다와 항구, 절벽을 배경으로 녹아 흘러내리는 시계가 곳곳에 걸쳐 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