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는 증거조작 몰랐나

입력 2017-06-27 18:21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됐던 녹음파일이 조작됐다는 사실은 저질스럽고 파렴치한 공작정치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입사에 문 대통령의 개입의혹과 함께 증거로 제시된 녹음파일이 국민의당 당원에 의해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일 공개 직후 민주당은 허위사실이라며 국민의당을 고발했고, 국민의당은 무고로 맞고발했다가 뒤늦게 조작 사실을 자백한 것이다. 이번 일로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겪었을 심리적 심리적 고통과 문 후보가 당했을 낭패감을 감안하면 엄벌이 요구된다.

대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가 되지만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이를 믿도록 하기 위해 가짜 증거까지 만든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하고, 이는 선거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죄가 가볍지 않다. 이번 사건은 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씨를 겨냥한 ‘병풍 사건’ 판박이다.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씨는 이 후보 아들 정연씨가 병역 비리를 저질렀다는 허위 증언에 이어 증거를 조작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 후보가 불법 정치자금 20만 달러를 받았다며 허위사실을 폭로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민주당에 제보했고, 설 위원은 이를 근거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폭로했던 전형적인 정치공작 사건이었다.

정치권의 허위사실 유포는 뿌리가 깊고 악질적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허위폭로는 고질병에 속할 정도다. 다만 이번의 경우 당락이 바뀌거나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만일 판세가 박빙이었을 때 조작된 증거와 함께 의혹이 제기돼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선거 불복 등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응분의 대가와 함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증거조작 사실을 자백하고 사과를 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상대가 당선이 유력한 후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로에 앞서 철저한 검증을 했어야 했다. 만에 하나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것을 우려해 꼬리자르기식으로 자백한 것이라면 용서받을 수 없다. 또 현재로선 당 차원에서 개입했는지, 당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씨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증거조작의 당사자로 알려진 당원이 “당이 기획, 지시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폭로를 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철저히 밝혀내고 결과에 따라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에 앞서 국민의당과 안 후보가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