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어렵던 조국에 희망 준 마라톤 영웅

입력 2017-06-27 21:29
고(故) 서윤복옹이 1947년 4월 19일 열린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25분39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한국 마라톤 영웅 서윤복(사진)옹이 27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서옹은 1947년 4월 19일 열린 제51회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25분 39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동양인으로서 대회 사상 첫 우승을 거뒀다. 당시 24세였던 그는 미 군용기를 타고 서울을 출발한 뒤 1주일 동안 괌,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쳐 보스턴에 도착했다. 키 165㎝, 몸무게 55㎏으로 왜소했던 그는 “뛰다가 쓰러질지언정 기권하지 않겠다”며 출발선에 섰다. 그의 유니폼엔 ‘KOREA’와 태극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이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무국적 선수였다. 그는 30㎞ 지점에서 도로 안으로 뛰어든 개와 충돌해 넘어졌다. 순식간에 7∼8명에게 추월당했다.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운동화끈이 풀렸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 선두를 탈환했고,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의 우승으로 온 미국이 들끓었다. 미국 신문들은 다음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신생국의 이름 없는 마라토너가 우승한 데 대해 일제히 ‘기적’이라며 대서특필했고, 소식을 접한 미국 내 교민들은 서윤복을 만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서옹은 이듬해 제14회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것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쳤다. 현역 은퇴 후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 전무이사, 부회장 등을 거치며 40여년간 한국 육상계를 위해 봉사했다. 또한 61년부터 17년간 서울시립운동장장으로 봉직했으며, 78년부터 4년간 대한체육회 이사를 맡으면서 전국체전위원장직을 수행했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스포츠 발전에 남긴 공적으로 서옹을 2013년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

대한체육회는 서옹의 장례를 대한체육회장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2호에 마련됐고,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에도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발인은 29일 오전 9시이며 장지는 경기도 안성 천주교 공원묘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