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 꾸민 ‘노브랜드’… 전통시장·청년 ‘상생 실험’

입력 2017-06-28 05:00
27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산봉황시장 2층에 오픈한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를 찾은 주민들이 진열된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외관. 이마트 상징색인 노란색으로 꾸몄다. 이마트 제공

“물건 값도 좀 싸고 놀이방도 있어서 애들 엄마들이 장보기 좋겠어요. 오늘 여기 문 연다고 해서 일부러 왔어요.”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 선산봉황시장에 27일 오픈한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에서 만난 홍영분(68·경북 구미시)씨는 “앞으로 종종 들러야겠다”면서 물건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끌고 나갔다.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앞쪽에 자리 잡은 청년몰의 젊은 사장님들도 손님들로 시장이 왁자지껄하자 환한 웃음을 지었다. 멋진 글씨를 써주는 캘리그래피 코너 ‘캘리 콩’의 조혜진(29)씨는 “이곳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노브랜드 스토어 덕분”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노브랜드’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정 부회장 주도하에 탄생한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는 지난해 8월 ‘노브랜드 스토어’로 확장됐다. 경기 용인시 보라동에 1호 노브랜드 스토어를 연 이후 충남 당진 전통시장 안에 오픈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돕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통시장 활성화는 물론 청년 창업을 도와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새로운 상생형 유통모델을 제시했다.

이번에 오픈한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는 이름 그대로 전통시장 활성화는 물론 이 지역 청년들과의 상생이 목표다. 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던 김수연(38)씨는 당진전통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사례를 접한 후 시장 상인들에게 “노브랜드 상생 스토어를 유치하자”고 설득했다. 5일마다 서는 장날이 아니면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에 노브랜드 스토어를 유치하면 시장이 살아나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 상인회는 올해 2월 이마트에 먼저 상생스토어 개설을 제안했다.

이마트는 24년간 버려져 있던 선산봉황시장 A동 2층(1652㎡)에 420㎡ 규모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꾸몄다. 이마트 CRS팀 김상민 부장은 “노브랜드 스토어로 가기 위해선 17명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826㎡)을 거치도록 설계했다”면서 “‘어린이 놀이터’와 ‘고객쉼터시설’ 등을 마련해 젊은 고객의 방문이 늘어나고 고객의 체류시간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마트는 선산봉황시장의 영업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하기로 했다. 다만 전통시장 상인회의 요청으로 시장에 없는 생선 등 일부 수산물은 취급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앞으로 사은품 증정 행사 비용을 전부 부담하되 청년몰·선산시장·상생스토어 구매금액을 모두 합산해 증정하는 등 ‘운명 공동체’로 성장할 계획이다.

이마트 이갑수 사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노브랜드 스토어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