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이 ‘녹음파일’ 조작했는데… 黨은 정말 몰랐나

입력 2017-06-26 21:43 수정 2017-06-27 00:26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대선기간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해 제기한 의혹 제보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뉴시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들 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으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결정적 증거’라고 공개했던 제보자의 음성 녹음 파일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원회의 개입 여부다. 당 차원의 조직적 조작이 드러날 경우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여권은 “국민의당 선대위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며 국민의당 차원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내가 혼자 주도해 의혹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엇갈린 주장을 폈다. 당시 당원 이유미(38·여)씨로부터 제보된 녹음 파일을 건네받은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 혼자만의 선택으로 (녹음 파일이) 오픈(공개)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준용씨의 미국 파슨스 대학원 동료라는 A씨의 녹음 파일을 공개한 과정에 대해 “(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한테 들려드렸었다”고도 했다. 이어 “대선 당시 이슈가 됐던 부분이라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당 공보단도 있었기 때문에 혼자 판단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녹음 파일 내용을 들은 바 없다”면서 “김인원 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 등이 확인해서 진행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녹음 파일을 공개했던 지난 5월 5일에) 다른 일이 있어서 지역에 내려가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부단장도 개입 사실을 부인했다. 김 전 부단장은 지난 20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됐다. 검찰 조사에선 “녹음 파일 등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검찰에 긴급 체포된 이씨가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 파장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 당원의 ‘충성심’에서 비롯된 일탈 행위로 결론 날 가능성은 낮다. 이씨는 국민의당이 책임을 자신에게 미루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A씨는) 제보한 당원 이씨와 친척 관계인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경위는 검찰 수사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나 국민의당 중앙선대위가 당시 조작 사실을 보고받았는지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의혹 사건’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당 고위전략회의 후 브리핑에서 “사과든, 유감이든, 몰랐다는 입장이든 안 전 후보가 직접 밝혀야 한다. 안 전 후보가 (관련)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시 안 전 후보의 개입 여부를 부인했다. 그는 “안 전 후보는 당시 제보가 허위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도 확실히 조작됐다는 것을 어제(25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주 의원은 선대위 차원 개입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규명팀을 구성해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조작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만큼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