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자 ‘감염 막는 주머니’ 만드는 손

입력 2017-06-26 21:57 수정 2017-06-26 21:59

소아암 환자들은 항암치료를 위해 자주 정맥주사를 맞는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혈관이 좁아 주사를 놓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래서 소아암 환자들은 매번 혈관을 확보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히크만 카데터’라는 고무관을 가슴에 삽입한다.

히크만 카테터는 중심 정맥에 연결돼 감염 위험이 높고 몸 밖으로 길게 나와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준다. 보호자들은 이런 이유로 히크만 카데터를 관리하기 위해 손바닥만한 주머니를 만들어 아이의 목에 걸어주는데 이를 ‘히크만 주머니’라고 부른다.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주민 소모임 ‘꼼지락꼼지락’은 지난해부터 히크만 주머니를 만들어 소아암 환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매주 수요일 8∼15명의 회원이 모여서 5∼10개를 만들었다. 개당 1000원 안팎인 재료비는 회원들이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꼼지락꼼지락이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서지성(46·여)씨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서씨는 회원들에게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1월 주최했던 카데터 주머니 봉사활동에 참여하자고 제안했다. 기성품이 없는 히크만 주머니를 환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봉사 프로그램이었다.

주머니의 필요성을 알게 된 회원들은 적극적으로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원단을 구매하고 디자인도 했다.

서씨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됐다”며 “다른 회원들도 ‘놀고 수다 떠는 시간에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동참하게 됐다. 아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경력단절이 된 어머니들이 더 열심히 참여했다”고 말했다.

꼼지락꼼지락은 지난달에는 동작구 주민참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80만원의 지원금과 모임 장소를 지원받았다. 8월까지 히크만 주머니 80개와 애착인형 20개를 만들어 소아암 병동에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서씨는 “일단 환아들의 어려움을 알았으니까, 도와줄 수 있는 다른 아이템도 생각해보고 싶다. 히크만 주머니처럼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더 없는지 관심 갖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