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성공회, ‘교회 일치’ 위한 교환예배

입력 2017-06-27 00:02
주성식(가운데) 신부가 25일 서울 경동교회에서 두 손을 들어 그리스도의 성체인 빵을 둘로 나누며 영성체를 하고 있다. 주 신부 왼쪽은 장효수 경동교회 부목사.

서울 중구 장충단로 경동교회(채수일 목사) 성도들은 25일 오전 주일예배 때 특별한 경험을 했다. 가톨릭과 유사한 성공회 방식으로 예배를 드린 것이다. 경동교회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해 2000년부터 장소와 교인은 그대로 둔 채 목사와 신부, 예배 방식만 서로 바꾸는 교환예배를 1년에 한 차례 드리고 있다.

이날 경동교회를 찾은 성공회 사제들이 예배당 입구에서부터 행렬지어 강단에 오르면서 주일예배가 시작됐다. 낯선 풍경에 주보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던 교인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사제들을 향했다. 유향복사가 강단 앞 탁자 위와 예배집전자인 주성식(서울주교좌성당) 신부 앞에 향로를 드렸다. 중세 때부터 내려온 정결 의식이다.

이어 ‘하느님’을 향한 기도문과 죄 고백 기도가 신부들과 교인들의 노래로 울려 퍼졌다. 신부가 한 줄을 부르면 교인이 한 줄을 이어 부르는 성시도 노래처럼 불렀다. 성공회에서는 한 음계를 쓰는 노래 같은 기도를 한다.

주 신부가 주교좌성당 입구에 있는 세례대인 팔각대를 소개하며 “팔각대 앞에서 삶을 고백하는데 말하자면 팔자를 고치겠다는 것”이라며 농을 하자 교인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격식을 갖추는 성공회 예배에선 평소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주 신부는 “교환예배가 분열에 휩싸인 한국교회에 화합과 일치의 선한 결실로 맺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빵과 포도주를 축성해 성체와 보혈을 나누는 영성체가 이어졌다. 장로교에서는 이를 성만찬이라 부른다. 주 신부는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을 내고 왼손을 덮어 성찬을 받는다”며 영성체가 익숙지 않은 교인에게 설명했다. 교인들은 대부분 십자성호를 긋지 않았지만 두 손 모아 경건한 마음을 표했다.

같은 시간 주교좌성당에서는 채 목사가 ‘미래의 사람’을 주제로 설교했다. 설교 상당부분을 할애해 할리우드 영화를 예로 들며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보는 삶을 얘기했다. 영화를 예로 들어 쉽게 풀이하는 설교 역시 성공회 교인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