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일선교연합 세 공동대표에게 듣는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미국 청년 웜비어의 사망 등 악재가 겹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 남과 북의 관계가 악화돼 한·미 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유화정책 등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어느 때보다 높다. 평소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염원해온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성희(예장통합) 김선규(예장합동) 총회장과 전명구(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좌담회를 갖고 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과 통일인재 양성 등에 변함없이 힘을 쏟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통일선교의 컨트롤타워를 목표로 지난해 출범한 ㈔한국통일선교연합(KUM)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사회는 김형석 KUM 사무총장이 맡았다.
-좌담: 이성희 예장통합 총회장
김선규 예장합동 총회장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사회: 김형석 한국통일선교연합 사무총장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복잡하다. 북핵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명구 감독회장=최근 미국 청년 웜비어의 죽음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악화됐다. 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 더욱 매달려야 한다. 이스라엘도 남과 북으로 갈라지며 하나님의 분노를 샀다. 지금이야말로 하나님께 돌아가 우리 잘못을 회개하고 자성하며 기도해야 한다.
김선규 총회장=북한은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가면 남북 간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각 교회와 교단, 연합기관은 각자의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이성희 총회장=미국의 남북전쟁 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헨리 워드 비처 목사와 전쟁 극복을 위해 기도했다. 한국교회도 대통령의 기도 동역자가 된 비처 목사처럼 기도에 앞장서서 현 상황을 잘 극복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한마음으로 통일을 준비하려면 먼저 기도의 내용부터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김 총회장=동의한다. 한 가지 방법은 현재 나뉘어 있는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각 교회와 교단들도 교파를 초월해 하나의 목소리로 통일을 위해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총회장=기도의 내용이 통일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도하는 이가 어떤 자세를 갖는지도 중요하다. 성경의 인물들은 나라가 분단됐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먼저 회개 기도를 했다. 느헤미야나 요시아 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도에는 무언가를 바라고 요구하는 청원기도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통일과 관련한 현실적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기도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남북의 경제적 격차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통일 후 남한 사람들이 현재보다 가난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돼도 괜찮다는 각오가 없이 말로만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위선이다. 우선 기도자의 자세가 통일되는 게 필요하다.
전 감독회장=하나님의 은혜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임하길 기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과 북, 통일을 위해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남과 북을 구분 짓거나 어느 한곳을 우위에 두지 않으신다. 교회는 남북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주기도문을 보면 하늘의 뜻을 구하는 기도가 나온다. 북한에도 성령이 임재하길 기도해야 한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남북교류와 협력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각계의 기대가 크다.
이 총회장=독일의 경우 분단 중에도 서독이 동독을 지속적으로 도왔다. 크리스마스 때 서독의 우체국에는 동독으로 보낼 물자가 넘쳐났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돕다보니 통일이 이뤄졌다. 북한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실제 북한주민들의 생활은 어렵다. 돕다보면 그들이 우리의 이웃이 된다. 미래에는 가족이 될 수도 있다. 단, 지원을 할 때 상호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무릎을 꿇고 발을 씻기셨던 예수님처럼 해야 한다.
김 총회장=인도적 대북지원의 길이 열릴 것에 대해 기대한다. 단, 교단이나 선교단체들이 경쟁하듯이 그 일을 하기보다 연합해서 한 채널로 돕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전 감독회장=북한 주민들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기회가 오면 한국교회가 하나 돼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지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전달한 물자가 군량미 등으로 사용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1997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북한교회재건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교단이 협력해 해방 전의 북한지역교회 2850곳을 재건키로 약속했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김 총회장=꼭 다시 감당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북한에 지하교회가 많은데 후에 그들을 이끌어 내고 신앙발달을 위해 여러 가지 신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예장합동의 경우 통일 후 북한지역에서 선교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일명 북한선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 총회장=북한의 교회 재건과 인재 양성을 병행해야 한다. 사역을 감당할 사람이 있어야 교회를 세울 수 있다. 최근 목사 후보생의 수는 매년 줄고 통일 사역을 위해 헌신할 인재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교회들이 지원에 나서 인재를 넉넉히 양성하고, 통일이 되면 이들을 신속하게 북한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 이슬람이나 이단이 먼저 자리를 잡으면 통일 후 북한 지역은 영적으로 초토화된다.
전 감독회장=먼저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 목회자들이 북한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탈북민들을 통일선교의 일꾼으로 세우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회 재건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회나 교단별로 기금을 차근차근 마련해 놓아야 한다.
-내년은 대한민국정부 수립 70주년,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 2020년은 6·25발발 70주년이다. 한국교회가 각 역사적 사건들을 기념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합해 통일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 총회장=3·1운동 당시 국내 기독교(개신교)인은 전체 인구의 3%에 불과했다. 하지만 민족지도자의 절반 이상을 기독교인들이 점했다. 당시 수많은 교회가 일제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이런 역사를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 교회는 스스로 개혁해 과거의 교회처럼 민족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사랑을 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개신교인의 숫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우리는 국민의 56.1%가 무종교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역사의식과 전도의 열정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전 감독회장=역사 속에 한국교회가 무엇을 해왔는지 살펴야 한다. 신앙의 선배들은 애국과 신앙을 별개로 보지 않았다.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을 함께 실천했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것은 말씀을 삶으로 살아낸 결과라는 걸 알아야 한다. 교회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일회성 행사를 갖는 것보다 역사적 관점을 갖고 내일을 내다볼 수 있는 신앙인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김 총회장=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발발 후 피난길에서도 믿음의 선배들은 생존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이 그 가운데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나라를 이만큼 인도하셨다. 한국교회가 하나 돼 그 신앙을 계승하고 교육해야 한다.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기독교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한마디 당부한다면.
이 총회장=통일은 한국교회와 우리 민족의 과제다. 먼저 우리의 죄성을 고백하고 회개한 뒤 평화롭게 통일이 이뤄지도록 기도해 달라. 각 교회가 미리 기금을 마련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 이 세대에 아름답게 통일이 이뤄지도록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특별좌담]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기도와 인재양성… 교회가 힘 모아야”
입력 2017-06-2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