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워진 靑… “文대통령이 준 선물”

입력 2017-06-27 05:00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개방되는 문 왼편)가 시민들과 함께 춘추관 동문 개방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작은 변화지만 권력이 막아섰던 국민의 길, 광장의 길을 다시 국민께 돌려드리게 돼 매우 기쁩니다.”

26일 오후 8시쯤 청와대 앞길 개방을 기념해 개최된 ‘열린 청와대 50년 만의 한밤 산책’ 행사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청와대 앞길로 산책 나오신 여러분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민들도 “반갑습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행사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초대된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겨울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했다는 정모(56)씨는 “민주 성지를 걷는 기분이 든다.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전모(44)씨는 “서울에 48년간 살았는데 밤에 청와대 앞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라며 “청와대 앞길을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선물로 준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오후 1시30분쯤에도 청와대 앞길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 양산을 쓴 이들도 있었고, 사진 촬영이 허용된 청와대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았다.

청와대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최모(55·여)씨는 “청와대 하면 무섭고 접근하기 힘든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통령님과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청와대가 전면 개방됐다는 방송을 보고 아내와 구경 왔다는 전모(63)씨는 “예전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들어오기 전부터 망설였었는데 이제는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 김모(21·여)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생긴 청와대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 인근 상인들도 반색했다.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근처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는 서모(65·여)씨는 “아무래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손님이 더 많이 늘지 않겠느냐”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모자 등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문모(47·여)씨는 “관광객 유입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50년 만에 전면 개방된 구간은 청와대 춘추관 앞 동문부터 분수대 앞 서문까지 이어지는 500m 거리다. 청와대 앞길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습격사건 직후 경호 등을 이유로 통행이 제한됐다. 김영삼정부 시절 도로를 일부 개방했지만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30분까지는 통행이 통제됐다.

청와대는 그동안 해오던 검문검색을 중단하되 위협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만 단계적으로 검문검색을 실시키로 했다. 길을 가로막던 바리케이드도 철거됐다.

허경구 김판 기자 nine@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