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의료분쟁 계속 증가세… 45%가 요양병원서 발생

입력 2017-06-26 18:32 수정 2017-06-26 22:02

치매와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던 A씨(73·여)는 2014년 6월 인천의 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요양보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이동 중 타고 있던 휠체어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오른쪽 머리를 크게 다쳤다. A씨 가족은 “환자에게 안전벨트 없이 휠체어를 태웠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다른 직원에게 인계하지 않고 환자를 밀어 낙상케 했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중재를 신청했다.

중재원은 “치매로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고 왼쪽 팔 마비로 균형감이 저하돼 낙상 위험이 높았음에도 안전벨트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중재원 조정으로 병원 측은 환자에게 2890여만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했다.

치매 환자를 둘러싼 의료분쟁이 늘고 있다. 절반 가까이가 요양병원에서 간호나 관리 소홀로 발생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치매 유병률 상승에 따라 분쟁 건수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2년 4월∼지난해 12월 감정 완료된 치매 환자 의료분쟁 사건 77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45.5%(35건)가 요양병원에서 발생했다고 26일 밝혔다.

간호 및 관리 단계에서의 사고가 32.5%(25건)로 가장 많았고 진단 및 검사 23.4%(18건), 수술 및 시술 18.2%(14건) 순이었다. 간호 및 관리 단계 25건 중에는 낙상이 13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욕창(5건), 샴푸·음식물 등 이물 섭취(3건), 기타(4건) 등으로 집계됐다. 낙상은 대퇴부 골절이나 머리 손상 등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한국QI간호사회 천자혜 회장은 “인지 기능과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의 특성을 고려해 낮은 침상이나 온돌 병실, 문턱 없애기, 미끄럼 방지시설 등 환자 특성에 맞춘 의료기관의 시설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