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출시를 앞둔 제조사들이 출고가 책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 중 ‘단말기값 거품 빼기’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출고가를 높게 책정했다가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6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다음 달 초 출시 예정인 G6 파생 모델의 출고가를 어느 수준에서 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새로 나오는 모델은 내부 저장공간을 128GB로 늘리고 무선충전, B&O 이어폰 등을 추가한 G6 플러스, 내부 저장공간을 32GB로 줄인 G6 등 2종이다.
당초 G6 출고가 89만9800원을 기준으로 10만원 간격으로 가격을 결정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G6 플러스는 90만원 후반대, G6 32GB는 70만원 후반대가 유력했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 요구가 거센 최근 여론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출시될 전략 스마트폰은 제조사마다 프리미엄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이기 때문에 제조사의 고민은 더욱 깊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 갤럭시 노트8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2와 노트3의 출고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했으나 이후에는 100만원 안쪽으로 내놨다. 하지만 올해 갤럭시S8 플러스(64GB) 출고가를 99만9000원으로 정한 터라 이보다 상위 모델인 노트8의 가격을 더 낮게 설정하기도 어렵다. 삼성전자는 “출고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애플도 출시 10주년 기념 모델이 될 아이폰8의 가격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의 경우 정부가 직접 가격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이동통신사처럼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직접 출고가 인하를 압박하는 대신 분리공시제 도입, 국내외 단말기 출고가 비교 공시 등을 통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출고가를 높이고 유통점 보조금을 많이 줘 실제 구매가를 낮추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10월이면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마케팅 비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부담이 크다. 마케팅 비용을 쓰지 말고 출고가를 인하하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기술이 프리미엄인 제품은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 정부의 통신비 인하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통신기기 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지난 3월 신청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에 따르면 통신 유통시장의 65% 이상은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 등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정문수 정책추진단장은 “통신 자회사는 당초 도서지역에 통신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대리점을 만들었다”며 “그런데 오히려 중소 대리점의 골목상권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4인 미만 규모의 자영업자는 70% 이상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는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 유통 및 통신사 자회사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준엽 심희정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하반기 출시 전략 스마트폰 단말기값 거품 빠질까
입력 2017-06-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