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화된 프랜차이즈 ‘갑질’ 이번 기회에 뿌리 뽑자

입력 2017-06-26 17:25
미스터피자 가맹본부인 MP그룹 정우현 회장이 26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가맹점에 중간유통사의 비싼 치즈를 강요한 뒤 막대한 통행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경비원을 폭행해 사과했던 장본인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문재인정부에서 발탁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첫 수사인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절차까지 생략돼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국민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고질병인 ‘갑질’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교육서비스업 제외)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18만1000개다. 종사자 66만명, 전체 매출액 50조3000억원이다. 가맹점 수는 2012년보다 23% 증가했다.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며 시작할 수 있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은퇴자 등의 주요 창업 통로가 된 것이다. 1980년대 초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본격화됐으니 역사도 짧지 않다.

그러나 외국의 시스템을 들여온 것이라 법·제도와 상거래 문화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가맹본부의 부당한 행태가 수시로 사회문제로 불거졌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 그만이었다.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국회와 정부청사를 찾아다니며 일방적인 계약 해지, 광고비·인테리어 비용 전가, 필수물품 구매 강제를 통한 폭리행위 등 3대 불공정 행위를 해결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근절할 법은 말만 무성한 채 만들어지지 않았고,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가맹점주들은 이제 가맹본부 경영진의 성추행 등 개인적 일탈에서 비롯된 피해인 ‘오너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한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우리 사회는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고 공정위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검찰의 정 회장 수사 착수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담긴 수사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갑질’과 업계의 잘못된 관행에 분노하는 여론이 높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주의를 약속했다.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은 약자를 괴롭혀 배를 채우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미 사인의 계약 문제로 방치해서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를 근절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기회에 계약서 작성에서부터 영업 관행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드러난 불합리한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법을 어겼다면 상응하는 엄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