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상승 꿈… 印 유학생, 中 의대 ‘러시’

입력 2017-06-27 05:00
인도 유학생 아룬 크리쉬난이 인턴으로 근무한 중국 병원에서 환자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6년간의 중국 생활 끝에 의대를 졸업하고 귀국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인도 유학생 니티쉬 굽타가 다니는 중국 톈진의대 3학년 외국인 클래스에는 105명의 외국인이 있다. 이 중 인도 출신이 45명이나 된다. 대부분 중산층 가정으로 멀리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학할 형편은 못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시설도 좋은 중국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굽타처럼 최근 중국의 의대로 유학하는 인도인이 크게 늘고 있다. 26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2010년 765명에 불과하던 인도 유학생은 2015년 1만6694명으로 늘었다. 이 중 80%는 의대 유학생이다. 인도 뉴델리 소재 중국학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인도 의대 유학생의 1위 선택국은 중국이었다.

인도에서 의사는 소득 수준이 높고 존경받는 직업군으로 인정받는다. 카스트 제도하의 신분사회인 인도에서 의사가 되는 것은 신분 상승을 의미한다. 하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고등학교 졸업 후 의대만의 별도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싼 국립대는 경쟁이 치열해 합격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립대나 외국 유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용이다. 부잣집 자녀들은 사립대나 미국과 영국의 의대를 선택하지만 형편이 안 되는 학생들의 마지막 보루는 중국이다.

중국 의대를 졸업해도 인도에서 바로 의사가 될 수는 없다. 외국 의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6월과 12월 일년에 두 차례 있는 자격시험은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타임스오브인디아의 보도에 따르면 합격률은 2005년 50.12%에서 2015년 10.7%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2014년 합격률은 4.93%에 불과했다. 6년간의 중국 생활 끝에 중국의 한 의대를 졸업하고 귀국을 앞둔 아룬 크리쉬난은 “영국이나 미국, 호주의 의대를 졸업하면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도 인도에서 바로 의사가 될 수 있다”면서 “굳이 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훌륭한 교육환경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학 생활도 마냥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언어와 음식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중국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중국어능력시험인 HSK의 4급(최고등급은 6급)을 통과해야 한다. 의대 졸업을 앞두고 중국 병원에서 인턴을 거쳐야 하지만 환자들과의 소통이 여의치 않다. 하지만 크리쉬난은 “중국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많은 중국 대학이 인도에서 의대 교수를 초빙해 인도 의사자격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줘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