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런던 참사’ 막자… 고층건물 화재 대책 분주

입력 2017-06-27 05:00
부산소방안전본부가 지난 21일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고층건물 화재상황에 대해 국내 2대 뿐인 70m 굴절사다리차를 이용한 재난대응훈련을 하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7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런던 아파트 화재참사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층 건물에 대한 화재안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화재 발생 시 외부에서 진화가 어려워 예방 및 초동 진화대책 등을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21일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8월 말까지 ‘고층건축물 화재안전 종합개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26일 밝혔다. 안전처는 건축, 소방, 재난관리 분야 등의 전문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고층 건축물 안전개선 기획단’을 구성해 분야별 개선과제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처와 시·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전국에 3266개 동이 있다. 2010년 753개 동에서 6년간 4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이상인 초고층 건물은 107개 동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25층 이상 아파트를 진화할 수 있는 굴절사다리차(70m)는 서울과 부산에 1대씩 전국에 2대뿐이다.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현재 장비로는 30층 이상 아파트와 고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소방관이 직접 진입하는 것 외에 사실상 대책이 없다”며 “고가사다리차 등 장비 확충도 필요하지만 초기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피난·방화설비, 건축물 내·외장재 등 고층건물에 대한 심의 기준 및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처는 고층 건물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화재 시 대피요령이나 초기 대응방법 등을 집중 지도하고 소방훈련 통해 초기 대응역량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또 7월 20일까지 전국의 모든 고층 건물에 대해 특별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해 종합개선 대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 소방안전본부도 지역 고층 건물에 대한 합동점검에 나서는 한편 화재발생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1일 초고층 건축물이 밀집한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소방대원 100명과 굴절사다리차 등을 동원, 화재대응훈련을 실시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고층 건물에 대한 자체 진화시스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안전 관리 가이드북을 아파트에 배부하고 고성능 펌프차 2대를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고성과 철원, 인제 등 6개 지역에 2020년까지 고가사다리차를 배치할 계획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