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번쩍’… 소녀 역사 이선미, ‘장미란’을 뛰어넘다

입력 2017-06-26 22:00
이선미가 지난 25일 전남 완도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대한역도연맹 제공

“존경하는 장미란 선배의 기록을 깬 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여고생 역사’ 이선미(17)는 아직도 자신이 ‘역도 여제’ 장미란의 기록을 넘어선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장미란 키드’인 이선미는 25일 전남 완도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 여고부 90㎏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17㎏, 용상 146㎏, 합계 263㎏을 들어올렸다. 종전 합계 기록은 장미란이 2001년 원주공고 재학 중 전국체전에서 세운 260㎏이다.

16년째 깨지지 않던 장미란의 고등학생 기록을 갈아치운 이선미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습 때 한 번도 들지 못한 무게를 들었다”며 “나의 롤모델인 장미란 선배의 기록을 경신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선미는 초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역도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15㎏짜리 빈 바벨도 못 들어 쩔쩔맸다”며 웃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한 이선미는 경북체중 3학년이던 2015년 소년체전 여자 역도 최중량급 3관왕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이선미는 경북체고 입학 직후인 지난해 4월 이변을 일으켰다. 경남 고성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선발전 겸 남녀역도선수권대회 여고부 최중량급에서 같은 학교 선배이자 고교 최강자인 김지현(19)을 누르고 우승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세계유스역도선수권대회 최중량급 경기에선 인상, 용상, 합계 3개 부문 모두 2위를 차지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이후 침체에 빠진 한국 여자 역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선미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