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화려함은 내려놓았다. 제주도 햇살 아래 민낯 그대로 살아간다. 이제 ‘소길댁’이라는 구수한 별명이 썩 어울린다. 연예계에 더는 미련 없다는 듯 홀연히 제주도로 떠나버린 지 어언 3년 반, 가수 이효리(38)가 돌아왔다.
2013년 9월 기타리스트 이상순(43)과 결혼한 이효리는 2014년 11월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두문불출했다. 그랬던 그가 제주도 애월읍 소길리에 위치한 자신의 보금자리를 샅샅이 공개했다. 25일 첫 방송된 JTBC 새 예능 ‘효리네 민박’을 통해서다. SNS도 끊은 채 은둔 생활을 이어 온 그로써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다.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실제 거주하는 집을 민박집으로 꾸며 투숙객을 받는다는 콘셉트의 관찰예능이다. 프로그램 기획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참여를 희망하는 신청자 수만 2만1700여명에 달했다.
“이 집이 많이들 궁금하셨나 보다. 우리가 하도 꽁꽁 싸매고 있으니까. 이참에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면 막 찾아와서 초인종 누르고 그러는 건 좀 줄어들지 않을까? 아니다. 늘어날 수도 있겠다(웃음).”(이효리)
걱정 반 기대 반.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 응한 이유에 대해 이효리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먹고 자고를 함께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다. 친구 아닌 사람과 친구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제주도 집에서 4년째 깨를 볶으며 살고 있다. 강아지 다섯 마리,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 취미가 몇 있다. 널따란 테이블에 마주앉아 따뜻한 차 마시기, 요가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기, 매일 함께 산책하고 노을 감상하기…. 이효리는 “투숙객들에게도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심심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첫 회에서는 부부가 민박집 운영을 준비하는 과정만 다뤄졌다. 민박집 직원으로 나선 가수 아이유와 일반인 투숙객들의 본격적인 등장은 다음 회로 미뤄졌다. 이른 감은 있으나, 연출·촬영·편집 면에서 tvN ‘삼시세끼’ ‘신혼일기’ ‘윤식당’ 등과 다소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영석 PD의 그림자를 지워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해결과제로 보인다.
복귀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효리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앞서 MBC ‘무한도전’에 얼굴을 비춘 데 이어 KBS 2TV ‘해피투게더3’,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에 출연한다. 가수로서의 활동도 예고됐다. 오는 7월 4일 정규 6집을 발매한다. 이효리의 신보 발매는 4년 만. 새 앨범 수록곡 ‘서울(SEOUL)’은 오는 28일 선공개된다.
‘무한도전’ 출연 당시 이효리는 복귀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톱(top)에 있다가 그냥 사라지는 건 쉽다. 진짜 어려운 건 내려가는 과정”이라며 “제주도에 살면서 ‘이대로 사라져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멋있지 않은 것 같다. 차근차근 내려가는 과정을 감내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톱스타 혹은 소길댁… 이효리, ‘효리네 민박’ 열기까지
입력 2017-06-2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