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 주택사업으로 살길 찾는다

입력 2017-06-27 05:01

공급 과잉과 정부 규제가 겹치면서 된서리를 맞은 국내 주택시장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기존 플랜트 위주의 사업에서 탈피해 주택과 신도시 건설 등 사업 다각화 노력도 한창이다. 다만 국내와 달리 리스크가 큰 해외 미분양 위험을 탈피하기 위해 안정적인 사업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택 사업의 선두는 포스코건설이다. 현재 필리핀 클락 자유경제지역 주거지역에서 아파트(콘도미니엄) ‘더샵 클락힐즈’를 분양 중이다. 508가구로 구성되는 더샵 클락힐즈는 포스코건설이 자사의 주택 브랜드를 걸고 처음으로 해외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에서 고급빌라 67가구를 분양 중이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민간 주도형 첫 한국형 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지난해 1차로 공급된 182가구는 모두 팔렸고 2차 분양에 돌입한 상태다.

한화건설이 이라크에 건설 중인 ‘비스마야 신도시’도 순항하고 있다. 바그다드 인근에 약 10만 가구의 주택 및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누적 수주금액은 총 101억 달러(약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공정률은 32% 수준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과 유가 상승으로 올해 해외 수주 규모는 지난해보다 확대되고 있다. 2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현재 162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52억1700만 달러)에 비해 7% 상승했다.

아직까지는 플랜트 사업 비중이 더 크다. 주택 등 건축 부문 공종 수주액은 26일 기준 14억7707만 달러에 그친 데 비해 플랜트를 비롯한 산업설비 공종 수주 규모는 115억179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한화건설 등의 주택 부문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6·19 대책뿐 아니라 오는 8월 추가 금융규제, 올 하반기부터 현실화될 공급 과잉 등 국내 주택 시장은 위험 요소가 많다”며 “문재인정부가 대규모 공공공사 발주를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해외 주택시장이 뜨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위험요소도 남아 있다. 해외 주택 미분양 시 환율 및 해외 은행 금리 변동 등의 리스크가 존재해 국내 주택보다 타격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압둘라 신도시’의 경우 미분양이 발생해도 쿠웨이트 정부가 책임을 지는 등의 장치가 마련됐지만 민간 주도 사업은 건설사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택 건설이 집중되고 있는 동남아·중동 지역은 부동산 관련 법률체계가 미비하고 해외 정부 주도의 폐쇄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 등도 여전하다”며 “한국형 신도시 사업 등 패키지 방식을 택하는 전략을 통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