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쓰촨성 산사태에 한 마을이 파묻혔다

입력 2017-06-26 00:00
중국 쓰촨성 아바장족창족자치주 마오현의 신모촌에서 24일(현지시간)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뒤 구조대원들이 바위더미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산사태로 62가구가 매몰됐고, 25일 현재 13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신화뉴시스

9년 전 대지진의 비극을 겪은 중국 쓰촨성이 산사태로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구조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재해 예방에 주력하라”고 지시했지만 일부 시신만 수습했을 뿐 90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실종 상태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홍콩 반환 20주년(7월 1일)을 앞두고 오는 29일 예정된 시 주석의 취임 후 첫 홍콩 방문도 빛이 바래게 됐다.

24일 새벽 6시쯤(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아바장족창족자치주 마오현의 신모촌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62가구가 흙과 바위더미에 매몰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현재 10구의 시신을 발견했고 93명이 실종 상태다. 당초 실종자가 118명으로 발표됐지만 이 중 15명은 산사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당국은 1급 특대형 재난 경보를 발령했다. 마오현은 2008년 40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쓰촨대지진의 진원지 원촨현의 형제 현으로 불린다. 두 현은 소수민족 거주지로 이번에 희생된 주민들은 대부분 장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사태로 인해 2㎞의 수로가 토사로 막히고 도로 1.6㎞가 유실됐다. 쏟아진 흙과 바위더미만 1800만㎥다. 3000명이 넘는 구조인력이 현장에 파견됐고 각종 장비도 150대 이상이 투입됐다. 하지만 신화통신은 “매몰자 가운데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산사태 발생 지역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 관광객 142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도부는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 전력을 다해 최대한 인적 피해를 줄이고 추가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면서 “피해지역 주민 대피와 세심한 관리로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리커창 총리도 “산사태 발생원인을 확실히 조사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사태 발생 당시 아기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있던 일가족 3명은 구사일생으로 구조됐지만 나머지 가족은 여전히 매몰된 상태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신모촌 주민인 차오모(26)씨는 산사태 발생 직전인 당일 새벽 5시쯤 한 달 된 아들의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 참변을 피했다. 차오씨는 CCTV에 “아이 기저귀를 갈아준 후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정전이 됐다”며 “불길할 예감이 들어 문으로 달려갔지만 문은 이미 진흙과 돌로 막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잘 대피해 부인과 아들은 큰 부상 없이 무사했지만 차오씨의 할머니와 부모, 두 살짜리 딸은 생사가 불투명하다.

한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한다”면서 “중국 정부와 국민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믿고, 조속한 실종자 수색과 복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2013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홍콩을 방문한다고 이날 보도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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