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동자동에는 1100여 주민들이 모여 사는 국내 최대 규모 ‘쪽방촌’이 있다. 주민들은 대개 2평 남짓한 방에서 15만원 안팎의 월세를 내고 살아간다. 생활공간이 좁으면 인간의 기초적인 삶이 제한받는다. 씻거나 빨래할 공간조차 마땅치 않고 냉난방기구를 들여놓기도 힘들다보니 쪽방촌 주민들은 여름과 겨울에 특히 고생이 심하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지원하는 ‘동자희망나눔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22일 개관 3주년을 맞았다. 이날 동자동을 찾은 서울시와 KT는 18L짜리 소형 냉장고 195대를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쪽방 사정에 맞춰 요금 부담이 적고 좁은 방에 들여놓을 수 있는 모델을 골랐다.
센터는 소외계층 IT 교육을 맡은 KT 직원이 주민들의 열악한 삶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돼 설립됐다. 채욱 KT CSV 수도권 운영팀장은 “쪽방촌 주민이 며칠간 수업에 안 나와 우리 직원이 주민이 사는 집을 직접 찾아갔는데 씻는 것, 세탁하는 것이 너무 열악했다”며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씻고 세탁하는 일이라고 회사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KT는 4억5000만원을 들여 버려진 폐목욕탕을 센터 건물로 개조했다. 센터는 지상 2층과 반지하 1층으로 이뤄진 건물 안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시설을 갖췄다. 동자동 주민 강정호(64)씨는 “청결하게 살도록 도와준다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센터 3주년 행사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한 노인의 방에 LED 조명을 설치하는 일을 함께 했다. 동자동 노인들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일을 막기 위해 동작감지 센서가 연계된 LED 조명을 시범 설치한 것이다. 센서로 보호대상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쪽방상담소 간호사가 현장에 방문해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센터는 다양한 자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센터 내에 IT 카페를 열고 주민들을 고용했다. 직원 임금은 월 140만원으로 KT가 70만원, 서울시가 70만원을 부담한다. 매일 2∼3회씩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특히 2014년부터 진행한 양말인형 만들기 수업은 2015년부터 양말인형 공방으로 발전했다. 정원 6명의 이 작은 공방은 KT 위즈 등 수도권 소재 5개 프로야구단의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서 지난해 2700여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이상준(71)씨는 “지난 3년간 센터가 동자동 주민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았다”며 “사람들 생각부터 바뀌었다. 좀 더 올바르게 살아보자, 그런 생각을 나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동자 쪽방촌 나눔센터가 만든 3년의 변화
입력 2017-06-25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