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남북단일팀 공동입장 실현 가능성… 北 출전 쿼터 확보가 변수

입력 2017-06-26 05:00 수정 2017-06-27 05:0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국제태권도연맹(ITF) 명예총재(오른쪽 두 번째)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 옆은 조정원 WTF 총재.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방문하며 남북 교류가 이뤄진 것을 계기로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단일팀 구성, 남북 선수단 개회식 동시입장, 북한 응원단 파견 등의 실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단일팀 구성 가능할까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ITF 명예총재와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25일 전북 무주 덕유산컨트리클럽에서 가진 조정원 국제태권도연맹(WTF) 총재 주최 오찬에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여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장 위원은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 대해 “(23일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했던) 기자회견과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일단 평창올림픽에서의 선수단 개회식 공동입장은 실현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총 9차례 남북 선수단이 동시 입장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단일 종목에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북한은 동계스포츠에 상당히 약하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염대옥-김주식 조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이달 초 끝난 헬싱키세계선수권에서 평창 티켓을 놓쳤다. 하반기 독일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을 통해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다. 쇼트트랙에서도 오는 10월부터 벌어지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쿼터를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이 동계올림픽 출전에 성공하면 남북 실무 협의와 IOC와의 대화를 통해 남북 동시입장이 성사될 수 있다. 북한 응원단 참가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총 세 차례 전례가 있는 만큼 남북 합의만 이뤄진다면 가능하다.

남북단일팀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남북한은 국제 종합대회에서 한 번도 단일팀으로 나가지 못했다. 1991년 구성된 남북단일팀도 단일 종목인 탁구와 축구였다. 북한이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도 힘든 상황에서 단일팀 구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앞서 나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역시 난제가 수두룩하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과 IOC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도 시간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 위원은 “1991년 탁구 단일팀 회담을 총 다섯 달에 걸쳐 22회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식령스키장을 이용한 분산 개최도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북한 최고지도자의 결심만 선다면 전격적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이 이뤄질 수도 있다.

스포츠 교류 물꼬 트이나

정부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스포츠 교류를 꾸준히 추진할 전망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크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선수단 동시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감동도 다시 느껴보고 싶다.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측 인사들에게 각별한 인사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한 장웅 위원과 이용선 ITF 총재, 북한 시범단에게도 진심어린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경평(서울-평양)축구 부활도 논의가 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WTF 총재 주최 오찬에서 “경평축구 재개 등을 제안한다. 우리는 교류 준비가 다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장 위원은 “그 뜻을 (상부에) 한 자도 빼지 않고 전달하겠다”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무주=모규엽 기자, 김판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