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효도를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도쿄초등학교 6학년 백채민양은 외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백양은 태어난 지 100일쯤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본 한국 학생이다. 여름방학마다 국내에 들어와 외가 등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한국보다는 일본이 익숙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백양은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는 아버지가 너무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만큼이나 마음 아팠습니다”며 “아버지가 효도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동안 효도를 다하지 못해 슬프게 우셨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학교에서 한국인은 효도를 중시한다고 배웠지만 실감하진 못했었다.
백양은 장례식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이 주관한 ‘재일본한국인학생 대상 한국어변론대회’에서 발표했다. 대회는 24일 일본 교토 용곡대학 교우회관에서 열렸다. 재일동포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1995년 도쿄한국교육원에서 시작한 이후 올해가 23년째다. 한국교육원 부문과 한국학교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한다.
백양은 한국학교 부문 대상을 받았다. 백양은 “장례식을 마치고 한 가지 보물이 생겼어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를 만나면 용돈으로 주시려고 챙겨두었던 5만원짜리 지폐입니다. 저는 이 돈을 영원히 간직할 것입니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국교육원 부문에서는 무코노소종합고교 이주원양이 받았다. 이양은 일본에서 겪은 한국어 존댓말의 매력을 설명해 호평을 받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재일본한국인학생 한국어변론대회… 대상에 백채민양 “한국인의 효 실천 자랑스럽고 뿌듯”
입력 2017-06-25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