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유죄라고 대법원이 다시 한 번 확정했다. 최근 항소심에서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선고가 이뤄지며 관심을 모았지만 대법원은 종교적 이유의 병역 거부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모(22)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병역법에서 처벌 예외 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에 어긋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2015년 11월 입영통지서를 받고 자신의 종교(여호와의 증인)를 이유로 응하지 않았던 신씨는 애초 1심에서는 무죄였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체복무 등 병역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방법이 마련된다면 즉시 이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신씨가 신에게 죄를 짓는 행위라 믿는 군대 입영을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인격적 존재가치를 허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2심에서 파기됐다. 2심 재판부는 “병역의무는 국가 공동체 존립을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 등이 이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반드시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은 판단이었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에 따라 징병제가 시행되는 여건임을 고려하면 양심적 병역 거부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크다. 대법원 역시 병역 거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소수자 인권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약간의 변화는 감지된다. 지난해 10월 광주지법은 항소심 재판부 가운데 처음으로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재판소에는 여러 건의 위헌 소송이 제기돼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양심적 병역 거부와 그에 대한 형사처벌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철영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사무총장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병역 복무는 이웃 사랑과 나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기에 종교인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는 특정 종교의 교리일 뿐 분단된 한국 상황에선 아직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투데이 포커스] “종교적 이유 병역거부 처벌하는 건 헌법 부합”
입력 2017-06-25 18:31 수정 2017-06-25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