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은 한국 무용극의 본산이다. 1962년 창단 이후 최승희(1911∼1967)의 ‘신무용’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무용극을 잇따라 선보였다. 특히 1973년 남산 국립중앙극장의 완공은 전속단체인 국립무용단이 대극장에 어울리는 레퍼토리로서 대형 무용극을 만들 수 밖에 없도록 했다.
초대 단장인 송범이 안무한 ‘별의 전설’(1973)을 시작으로 국립무용단에서는 다양한 무용극이 나왔다. 하지만 현대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작품은 배정혜 안무 ‘춤, 춘향’(2002) 등 극소수 뿐이다. ‘백조의 호수’ ‘지젤’ 등 서구 무용극인 발레 작품들이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지난 2012년 안호상 극장장 취임 이후 국립극장이 전통을 기반으로 한 컨템포러리 극장을 지향하면서 국립무용단 역시 동시대 창작춤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기존의 무용극 대신 안성수, 테로 사리넨, 조세 몽탈보 등 국내외 현대무용 안무가는 물론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와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무용계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정구호가 무대와 연출을 맡은 ‘향연’ ‘묵향’은 한국무용으로는 드물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2년 ‘그대, 논개여’(2012) 이후 무용극에서 멀어졌던 국립무용단이 오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신작 무용극 ‘리진’을 선보인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상덕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이기도 하다.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했던 프랑스 영사 플랑시와 결혼한 궁중무희 리진을 소재로 했다. 리진은 김탁환의 ‘리심’(2006)과 신경숙의 ‘리진’(2007) 등 소설을 통해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다만 국립무용단의 ‘리진’은 두 소설과 다른 스토리로 전개된다.
국립무용단은 이번에 ‘리진’을 통해 무용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나아가 정체되어 있는 한국 무용극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김상덕 감독은 “설화를 바탕으로 무용극 기틀을 마련한 송범 초대 단장이 1세대, 신화나 굿을 즐겨 소재로 택한 국수호·조흥동 단장이 2세대라면 ‘리진’은 3세대에 속하는 무용극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전 무용극과 비교해 인물의 심리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등 현대적인 감성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곡가 김성국,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기존 무용극에서 볼 수 없던 세련된 미장센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국립무용단 신작 ‘리진’ 전통무용극 부활 디딤돌 될까?
입력 2017-06-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