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경제팀이 출발부터 고전하고 있다. ‘1호 경제정책’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은 국회 벽에 부딪혔다. 다음 달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증세 논란마저 일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금융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팀플레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로 보냈다. 이달 말까지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7월부터 집행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청문회 정국과 맞물리면서 추경안은 20일 가깝도록 국회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추경 대응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5일 “추경 내용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는데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고 늦어지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추경 논의는 지지부진한데, 증세 논란은 너무 일찍 불거졌다.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김동연 부총리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한목소리로 “올해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연말정산 파동, 담뱃세 인상으로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했던 박근혜정부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실효세율을 올리기 위해 각종 공제제도를 검토하고 나서자 사실상 증세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제개편으로 5년간 31조5000억원을 조달해 복지분야 공약 등을 이행할 방침이다.
당장 실거래가와 과세표준액의 격차를 좁혀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또 다른 종합부동산세 도입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유세 인상은 경유차 이용이 많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기 첫해 본격적인 증세 시동을 걸지도 않았는데 조세저항 움직임이 감지되자 경제팀 내에서도 경유세 인상안 재검토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계부채, 부동산, 청년실업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더미인데도 경제팀 라인업은 아직 미완성이다. 역대정부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공석이다. 문재인정부의 제1국정과제인 일자리 문제를 담당할 일자리수석도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내정됐다가 없던 일이 된 후 소식이 없다. 청와대 비서실 산하 수석비서관 중 아직 내정자가 없는 곳은 이 두 자리뿐이다.
금융위원장 역시 하마평만 무성하다. 정부와 청와대의 소통, 부처 간 협업에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재벌개혁의 경우 핵심부처 격인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수장 없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혼자 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 공정위원장 등 파격 인사에 대한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정책 추진력이 생겨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기획] 추경 지연·세제개편 논란… 정부 경제팀 무거운 출발
입력 2017-06-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