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조건은 韓·美 연합훈련 중단

입력 2017-06-25 18:36 수정 2017-06-25 21:48
평양시민들이 6·25전쟁 발발 67주년을 맞은 25일 김일성광장에 모여 주먹을 올리며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거듭 요구했다.AP뉴시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에 따라 핵 능력 고도화에 몰두하고 있지만 비핵화 협상의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공식 성명이나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 또는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 등의 표현을 써 왔다.

다만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조건은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비핵화의 선결조건으로 주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핵전쟁 연습’, 미군 전략자산은 ‘핵전쟁 장비’로 보고 이들 역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남북 대화를 배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인데 반해 한·미 훈련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억지를 인정하는 꼴이 돼버린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북한의 불법 행위를 멈추기 위해 40여년간 실시해오던 방어 목적의 연례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북한의 주장을 인정하면 불법 행위에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 폐기라는 결단을 내린다면 모르겠으나 아직 그런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처음 언급한 것은 2013년 6월이다.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중대 담화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변함없는 의지이고 결심”이라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 수령님(김일성)과 우리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 군민이 반드시 실현할 정책적 과제”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가 ‘김정은의 의지’라는 매우 이례적인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정부 대변인 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나아가는 우리 당과 군대, 인민의 드팀없는(변함없는) 의지”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이런 주장이 진정성이 결여된 위장 공세에 불과하다는 판단 아래 북한의 제안을 일축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북한 기관과 관영 매체는 비핵화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언급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25전쟁 67주년 기념 사설에서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은 결코 그 어떤 협상물이 아니다”면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어리석은 ‘북핵 포기’ 야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