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에 따른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논란이 최근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5월 15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처벌 중단 및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집회까지 열렸다. 이들은 이날을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이라고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1, 2심 법원의 유·무죄 판단도 근래 엇갈리고 있다. 2004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판결 이후 하급심의 무죄 판결은 30건에 이른다. 이 중 올해만 13건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항소심에서 첫 무죄 판결까지 나왔다. 하지만 하급심의 변화 조짐에도 대법원의 판단은 일관적이다. 유죄 판결로 하급심에 쐐기를 박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2부는 훈련소 입소통지서를 받고도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신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신씨는 2015년 12월 소집일로부터 사흘이 지날 때까지 훈련소에 입소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동안 이 종파 신도들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거부해 왔다. 신씨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1심 법원은 신씨의 병역 거부 행위가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달랐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 이행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은 대법원 선고 이후로 미뤘다.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병역 거부자를 형사 처벌하지 말라는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엔 인권이사회 등의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확고히 한 셈이다. 병역 거부자 및 지지 단체들은 유엔의 이런 주장을 내세워 무죄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 첫 유죄 판결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판례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관련 법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국가 안위보다 더 중요한 자유는 없다고 본 것이다. 대체복무제 등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 상황 등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다. 국방의 의무를 묵묵히 다하고 있는 대다수 젊은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6∼7명꼴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판례와 세 번째 위헌법률 심판을 앞둔 헌재의 결정이 기존대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사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유죄 기조 유지돼야
입력 2017-06-25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