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러시아 축구 선수들도 도핑 의혹에 휩싸였다.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이 축구로 확산됨에 따라 2018 러시아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에도 비상이 걸렸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25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이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러시아 축구 대표선수 23명 전원에 대해 도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 23명과 또 다른 러시아 축구 선수 11명 등 총 34명이 소변 샘플에서 이상이 발견돼 FIFA의 ‘도핑 요주의 인물’ 1000명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FIFA는 브라질월드컵 러시아 축구 대표팀의 도핑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거와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월드컵 당시 한국과 함께 H조에 속했던 러시아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2무1패를 기록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 1로 비겼다.
러시아는 최근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을 저지른 것이 탄로 나 메달을 박탈당하거나 출전이 금지되는 등의 징계를 받았다. 전방위적인 러시아의 도핑 의혹이 축구 국가대표로 확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관계자는 “일부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혐의가 확인된 소치동계올림픽이 열린 해에 브라질월드컵도 치러졌다는 점에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상당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도 비탈리 뭇코 러시아 부총리(스포츠·관광·청년 정책 담당) 및 러시아축구협회장이 연루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그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장과 축소·은폐에 관여했던 인물로 2018 러시아월드컵 조직위원장이자 FIFA 집행위원이기도 하다. 뭇코는 러시아월드컵 유치권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FIFA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에게 납득시킨 뒤에야 지난해 9월 러시아축구협회장에 재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WADA 수장을 지낸 변호사 딕 파운드는 “FIFA는 내년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놓을 큰 의무가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진행 상황과 결과, 조치 등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이번에 축구에서 불거진 도핑 의혹으로 러시아가 내년에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다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도핑 의혹을 받자 러시아월드컵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23명 중 5명은 현재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도 나섰다.
러시아는 이날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대회 마지막 조별리그에서 1대 2로 패해 4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김태현 기자
러시아 축구도 도핑 ‘악취’… 월드컵 비상
입력 2017-06-26 00:00 수정 2017-06-27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