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투기 탓 집값 급등” 취임식서 PPT 브리핑

입력 2017-06-24 05:01

“이 자리를 빌려 자료를 하나 공개하겠습니다.”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로 ‘올해 5월과 1년 전 주택 거래 증감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취임식에 PPT가 등장한 것도 이색적이지만 그 내용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 장관은 5월 서울 강남4구와 용산, 성동, 마포 등 최근 집값이 들썩인 지역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신규 구매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령대별로는 29세 이하의 주택 매수가 크게 늘었는데 이는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도 했다. 특히 29세 이하의 강남4구 주택거래량은 13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0%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이 제시한 통계는 6·19대책 발표 전 시장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산출한 내용이다. 부동산거래 관리시스템(RTMS)과 건축물대장을 통해 5월 주택 거래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서울 전역에서 무주택자가 집을 산 것은 9692건으로 지난해 5월보다 2.1% 줄었고 1주택자도 5296건으로 2.0% 감소했다. 반면 2주택자부터는 신규 매매 건수가 늘었다. 올해 5월 2주택자가 집을 새로 구매한 것은 1361건으로 1.6%, 3주택자는 505건으로 5.6%, 4주택자는 255건으로 30.1%, 5주택 이상은 516건으로 29.6% 늘었다. 이는 부동산 시장 과열이 투기수요 때문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앞으로 정부가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강력한 정책을 동원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토부 한 직원은 “20분이면 끝나던 취임식이 40여분간 진행됐는데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