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에 연루된 학교 관계자들에게 법원이 23일 전원 유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30일 독일서 귀국한 이래 235일 만에 첫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은 최씨의 만 61세 생일(진갑)이었다.
재판부는 “최씨 범행은 우리 사회에 ‘빽’도 능력이라는 냉소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생기게 했다”며 “누구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리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또 최씨 딸 정씨도 이대 비리 사건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정씨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가 열린 셈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교육농단으로 칭한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진료 사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강요 사건에 이어 특검팀 세 번째 유죄 선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法 “崔 범행, 국민 전체에 충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최씨 범행이 국민과 사회 전체에 준 충격과 허탈감은 그 크기를 헤아리기 어렵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씨에 대한 사법부의 첫 유죄 판단이다.
법원은 이번 사건이 최씨의 그릇된 특혜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자녀가 체육특기자로 성공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무조건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며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원칙과 규칙을 어기게 만들었다”고 꾸짖었다.
이어 “최씨를 거스르거나 원칙을 적용하려 했던 사람들은 피해자가 됐다”며 “그럼에도 최씨는 공소사실 상당 부분이 만연했던 관행이라며 잘못을 부인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 비리에 연루된 이대 관계자들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최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구속 기소됐던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와 류철균(필명 이인화)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이날 석방됐다. 이원준 체육학과 교수 등 3명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대 재학·졸업생은 물론 사회 일반의 사표(師表·모범이 될 만한 인물)가 돼야 할 대학교수로서의 책임을 저버렸다"며 "대학에 대한 신뢰 자체를 허물어뜨리고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행이 사회 전반에 가져온 유무형의 결과나 파급효과는 실로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금수저 입시 특혜 엄벌
최씨와 최 전 총장 등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였다. 특검 공소사실에 따르면 남궁 전 입학처장은 정씨를 이대 체육특기생으로 합격시키기 위해 수시모집 면접고사장에서 면접위원들을 쫓아가며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고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이라고 소리쳤다. 뿐만 아니라 면접위원들에게 "승마종목 특기생이 정윤회 딸이다. 총장님이 무조건 뽑으라고 한다"고 말했고 정씨가 금메달을 지참한 채 면접을 보는 것도 허용했다. 이러한 범행 배경에는 최씨와 최 전 총장, 김 전 학장의 부정입학에 대한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특검 측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특검 수사결과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궁 전 처장은 최 전 총장에게 '사회 유력인사'라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고 김 전 학장은 '면접을 잘 봤다'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정씨 합격 사실을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며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러한 행위가 입시 과정에서 면접위원 등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대학 내에서 총장과 입학처장이 가진 지위와 권한에 비춰볼 때 이들의 발언이 면접위원 등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 행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전 총장 등의 범행으로 면접위원들 업무의 공정성과 적정성이 방해됐다"며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정농단 사태 가운데 국민적 공분을 가장 크게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지만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피고인들은 "이대 교수인 피고인들이 이대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개념이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가 헌법이 보장한 대학과 교수의 자유와 형법이 제한하고 있는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사회 유력인사 자녀에 대해 대학 등 교육기관이 입학·학사 특혜를 제공할 경우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고 직후 최순실씨 측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일부 쟁점이 선명히 정리되지 않은 법리적 문제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최씨와 정씨가 공모해 최 전 총장에게 부탁해 부정입학했다는 재판부의 사실 인정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양민철 기자 hyun@kmib.co.kr
“국민에 ‘빽도 능력’ 허탈감 안겨”… 최순실 징역 3년
입력 2017-06-23 18:27 수정 2017-06-2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