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의 ‘대화 녹음테이프’ 존재를 부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스캔들’ 관련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없을 가능성이 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최근 전자기기 감시와 가로채기, 폭로, 정보의 불법 유출 등의 보도를 보면 나와 제임스 코미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나 ‘테이프’가 있는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런 녹음을 하지도 않았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얘기했던 녹취 테이프 존재 가능성을 스스로 완전히 부인한 셈이다. 지난 5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제임스 코미는 언론에 말을 흘리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며 녹취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러시아 스캔들’ 수사중단 압력을 넣고 말을 듣지 않자 해임했다는 ‘사법방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녹취를 해놓고도 부인할 수 있지만 내부 폭로가 아니면 존재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전자기기 감시와 가로채기 등을 통해 대화 내용이 녹취되거나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또 다른 범죄 행위여서 차원이 다른 문제로 흐를 수 있다.
결국 뮬러 특검 입장에선 ‘테이프’ 없는 수사로 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만찬에서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맹세를 요구했었다는 내용 등 ‘코미 메모’의 진실성을 따지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검 수사와 별개로 두 사람의 진실공방이 장기간 이어지면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미국 국민에게 귀찮은 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테이프 논란을 트위터에서 시작해 트위터로 무책임하게 끝냈다. 지난 38일간 모든 사람이 부질없는 추적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코미 테이프 없다”… 트럼프 이제 와서 ‘오리발’
입력 2017-06-23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