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초등학교 수련회에서 A군이 같은 반 학생 4명으로부터 집단 폭행 및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학교 측에선 ‘의도적 폭행은 없었다’며 사건을 무마시켰다. 하지만 해당 교육청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진상조사에 나섰다. 여러모로 씁쓸한 세태다.
지난 21일 경기도 여주 대신면에 있는 대신중·고등학교를 찾았다. 왕따와 학교 폭력이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임희창(61·온누리교회) 교장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메시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소풍갈 때 사복 입게 해 주세요’ ‘축제할 때 아이돌이 입는 조금 야한 옷 입으면 안 되나요’ ‘축구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요즘 공부가 잘 안돼요’….
카톡엔 요즘 학생들의 이런저런 고민이 들어 있었다. 맛있는 빵을 사달라는 애교 섞인 요청도 있었다. 어떤 남학생은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다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고, 교제도 하고 싶은데 고민이라고 했다.
임 교장은 정성껏 답을 해준다. 교사들과 의견을 나눠 가능한 한 아이들의 의견을 받아준다. 상담을 통해 격려하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 교장은 전교생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 카톡을 통해 학생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다. 아이들의 재능과 성적, 꿈, 성격 등을 파악해 교감 및 교사와 함께 진로지도를 한다. 학생들은 임 교장을 만나면 달리기나 팔씨름을 하자며 소매를 잡아끈다. 임 교장이 게임에서 지면 빵과 아이스크림 등을 사 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자신이 이겨도 먹을 것을 사준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면 이내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수시로 상담합니다. 대부분 문제가 상담하는 가운데 풀어지곤 하죠.”
수년 전부터 학교에 전혀 연고가 없는 한 중년 남성이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그저 학생들을 잘 키워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우연히 그 중년 남성이 버스를 놓친 우리 학교 남자 고등학생을 태웠답니다.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남학생의 학교 자랑이 끊임없이 이어지더래요.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다, 왕따나 폭력이 없다, 매일 선생님과 즐겁게 생활한다 등 학생의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대요. 주변에서 욕하는 청소년, 입시에 찌들어 무표정한 학생들만 봐오던 그분은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명으로 장학금을 쾌척한 것이고요. 매년 장학금을 면사무소에 맡기신 답니다.”
학교는 투명한 재정을 지향한다. 교사를 채용할 때 학교발전기금이나 뒷돈을 받지 않는다. 학교공사 시 리베이트도 받지 않는다. 좋은 교사를 채용할 수 있는 단초가 된 셈이라고 임 교장은 귀띔했다.
1953년 설립된 학교는 이농현상으로 학생 수가 감소해 한때 폐교위기에 처했다. 공부 안하고 말썽피우는 학생도 많았다. 일명 ‘깡패학교’였다. 하지만 2003년 경기도 ‘좋은 학교 만들기 사업’에 선정됐다. 오랜 역사와 전통, 꾸준히 인성교육과 진학지도를 잘한 덕분이었다. 임 교장과 학교 구성원, 지역주민, 동문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한몫했다. 지원받은 32억원으로 원어민 교사를 채용했다. 기숙사와 체육관 건립 등으로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중학교도 혁신학교에 선정됐다.
학교는 여주지역의 유일한 미션스쿨이다. 매주 금요일 기독동아리 ‘그루터기’ 인도로 예배를 드린다. 또 교회 절기마다 교계 인사를 초청해 귀한 메시지를 듣고 있다. 찬양팀 ‘가즈 이미지 미니스트리(God’s Image Ministry)’를 초청해 매년 공연도 개최한다. 가즈 이미지 미니스트리는 미국 한인교포 2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뮤직 프로덕션이다. 다음 달 7일 학교체육관에서 4회째 공연을 갖는다. 호주와 일본 중국 필리핀 몽골 등 5개국 8개 학교와 자매결연을 하고 청소년 국제교류 활동에도 열심이다.
학교는 ‘5무(無) 운동’을 펼치고 있다. 촌지와 체벌 따돌림 폭력 흡연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대신스포츠 리그, 신입생 교복 입혀주기, 뒤뜰야영, 등굣길 하이파이브 캠페인을 펼친다. 그 결과 폭력과 왕따 관련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학생회장 조일현(고3)군은 “작은 학교지만 학생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우리 학교”라고 자랑했다.
교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학생,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을 도는 학생, 선생님과 어울려 게임하는 학생의 모습이었다. 윤규리(고3)양은 “교무실은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늘 열려 있다.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보다 더 많은 학생이 찾아와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질문하며 상담한다”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소개했다.
대신고는 60여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학술과 취미, 봉사, 진로 등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어 자신의 꿈에 맞는 진로 및 특기를 찾고 있다. 특히 교내 드론 탐구동아리와 방송반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꿈의 학교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대신고는 높은 대학진학률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8명의 졸업생 중 명문대를 포함한 4년제 대학 진학률이 61%였다. 2015년 교육부로부터 창의인성 수업연구 우수연구회로 선정되는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 학교 중·고등 6년 과정을 졸업하면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임 교장은 신학을 공부했고 2010년 목사안수를 받았다. 요즘엔 전교생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 건축비용이 채워지길 기도하고 있다. 그는 학생이 행복해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했다.
“아이들이 기독교 정신으로 착하게 성장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래야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가 더욱 부흥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임 교장이 남긴 말이다.
여주=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교장선생님은 ‘카톡 친구’… 왕따·폭력은 ‘차단’
입력 2017-06-24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