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리그의 ‘머니 축구’가 K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J리그는 두둑한 지갑을 열어 한국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황의조(25·성남 FC)와 미드필더 김보경(28·전북 현대)을 데려간다. 이들 외에도 실력파 K리거들이 J리그 팀으로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축 선수들을 줄줄이 놓치게 된 K리그엔 비상이 걸렸다.
과거 J리그는 K리그 데뷔를 앞둔 한국 유망주들에게 눈독을 들였다. 실력과 성실함을 겸비한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가성비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J리그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K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J리그는 지난해 7월 영국 퍼폼그룹과 10년 간 총액 2100억엔(약 2조1500억원)짜리 초대형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시즌 J1(1부 리그)에 참가하는 18개 팀은 성적과 관계없이 균등배분금 3억5000만엔(약 36억원)을 받는다. 우승팀은 우승 상금 3억엔(약 31억원) 뿐만 아니라 3년간 분할 지급되는 강화배분금 15억5000만엔(약 159억원)도 거머쥔다. 반면 J2(2부 리그)로 떨어지는 팀은 균등배분금을 1억5000만엔(약 15억원)밖에 받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성적에 목을 맨 J1 팀들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력있는 K리거들의 잇단 영입도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북은 22일 가시와 레이솔과 김보경의 이적료와 연봉 등 세부조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보경은 J리그 2차 선수 등록 기간인 7월 21일 이후 가시와 선수로 뛸 전망이다. 김보경은 2010년 J2 오이타에서 프로로 데뷔했고, 2012년 J1 세레소 오사카로 넘어가 맹활약한 뒤 2012년 8월 카디프시티(잉글랜드)로 이적했다. 2016년 1월엔 전북으로 이적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보경은 25일 마지막으로 대구전을 치른 뒤 이달 말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가시와엔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윤석영(27)이 뛰고 있다.
앞서 성남도 지난 20일 감바 오사카와 황의조 이적에 최종 합의했다. 2013년 K리그에 데뷔한 황의조는 139경기에 출전해 34골 8도움을 기록한 성남의 간판 스트라이커다. 2015 시즌엔 국가대표팀에도 처음 발탁됐다. 황의조는 24일 경남 FC전을 끝으로 성남을 떠난다.
울산 현대의 수비수 정승현(23)은 최근 J1 사간 도스의 러브콜을 받았다. 정승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한 유망주 출신이다. 울산 수비수 최규백(23)도 J2 나고야 그램퍼스로부터 임대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다수의 K리거들이 J리그 구단의 이적 요청을 받아 K리거들의 J리그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J리그의 한국인 선수 영입은 K리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장현수(26·광저우 푸리)는 J1 FC 도쿄로 떠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인 선수들은 주로 중국 슈퍼리그(1부 리그)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슈퍼리그가 자국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변경해 아시아 쿼터 없이 외국인 선수 3명만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바람에 한국인 선수들은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중국 무대에서 활약하던 최용수, 이장수, 홍명보 감독이 줄줄이 퇴진하면서 한국인 선수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J리그는 슈퍼리그와 달리 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에게 문호를 넓혔다. 결국 슈퍼리그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된 한국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문호가 넓어진 J리그로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이다. K리그는 J리그에 주력 선수들을 빼앗겨 경기력과 흥행에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일본發 ‘돈 바람’, K리그 흔든다
입력 2017-06-2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