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보니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2011년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5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들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심보다 형량을 늘리며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가중된 형을 선고하며 이례적으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폭행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피고인들의 수사기록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이들에게 유리한 정상은 당시에 미성년자였다는 것 하나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함상훈)는 2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22)씨와 정모(21)씨에게 징역 7년을, 김모(22)씨와 박모(21)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정씨와 김씨, 박씨는 1심보다 1년씩 형량이 늘었다.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던 김모(21)씨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다만 함께 기소된 5명은 1심과 같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에게는 수십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지 겨우 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여기 있는 피고인들은 그런 짓을 하고서도 즐겁게 웃고 떠들며 지금까지 지내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있는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씨 등은 2011년 9월 서울 도봉구의 한 산에서 여중생 2명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씨 등은 당시 만 17세 전후의 미성년자였다.
당시 중1 피해 여학생은 몇 달 동안 무서워서 집을 나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결국 자퇴까지 하고 어머니한테 이사를 가자고 했지만 돈이 없어 동네를 떠나지 못했다.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다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설명했다.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본 피고인 측 부모들은 “어떻게 형이 더 늘어나느냐” “2011년에 (수사 등을) 했어야지, 젊은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소란을 피웠다.이가현 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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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항소심 “사람이 할 짓 아니다” 분노한 재판부
입력 2017-06-22 19:07 수정 2017-06-22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