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朴 독대 때 동생 최재원 가석방 거론했다”

입력 2017-06-23 05:02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도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뉴시스

최태원(57)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지난해 2월 두 사람의 독대 당시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를 거론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재벌 총수 중 법정에 나온 건 최 회장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2일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 회장은 “대통령과 안부 인사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고 완곡하게 동생의 가석방 문제를 거론했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은 당시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사면돼)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의례적 답변 등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그 문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그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기 전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최 회장)에 대해 부정적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낸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최 회장은 짧게 한숨을 쉰 뒤 “들어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안종범 (당시) 수석에게 들었다. 출연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두 재단에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면담 과정에서 SK그룹 현안을 전했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무테안경을 쓰고 피고인석에 앉아 최 회장의 증언을 들었다. 최순실씨는 재판 시작 후 처음으로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법정에 나왔다. 검찰은 “교도관에 따르면 최씨가 변호인이 준 휴대전화를 법정에서 작동하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며 “경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쓰는 건 (제3자와의 연락 등) 의심될 우려가 있다. 자제하라”고 했다.

방청석과 법원 주변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SK그룹 관계자들이 재판 상황을 지켜봤다. 재판 도중 한 남성 방청객은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말에 “맞습니다”라고 소리쳤다가 퇴정당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