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不 학폭위… “전담 변호사 배치” 한목소리

입력 2017-06-23 05:0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가운데)이 전병식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장(왼쪽), 김해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과 함께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숭의초등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긴 학교폭력 대책과 교원성과상여금제 폐지 등 교육 자치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학교폭력예방법) 등 학교 폭력을 다루는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한국교총 전국교직원노조는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관련 기록을 남기는 현행 체제를 개선하자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학폭위가 불신의 대상이 된 지는 오래다. 이번 숭의초 사건도 학폭위가 “심각한 장난 수준으로 학교 폭력으로 보지 않는다”고 최종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학폭위가 불신을 받는 데는 학폭위원의 비전문성 탓이 크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폭위원의 50% 이상은 학부모여야 한다. 이들이 친분 관계에 따라 편파적 결정을 내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학폭위가 열리면 담임교사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목격 학생을 상대로 면담하고 진술서를 받는 역할을 하는데 업무에 치여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숭의초의 경우 학폭위원에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수업, 생활지도 등 본연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학폭위를 준비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변호사, 경찰관, 상담사, 전문직, 일반직으로 구성된 학교폭력전담팀을 만들면 학교폭력 문제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폭위를 믿지 못하니 결과에도 불만이 크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피해·가해 학생이 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하는 건수는 2013년 764건, 2014년 901건, 2015년 979건, 2016년 1299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숭의초 학교폭력 피해 학생 부모도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폭위가 가해자 징계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당사자 간 소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 복귀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금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이 모두 폭력으로 규정되는 것 같다”며 “경미한 사안은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해 학생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기록을 남기는 현행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생활기록부 기록이 입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단 학폭위가 다룰 사안이 되면 화해 가능성은 사라지고 ‘학교폭력이 맞다’ ‘아니다’라는 논쟁만 벌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사소한 상황도 학부모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처분 결과가 낮은 수준에 한해선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병식 회장도 “어린 학생들은 아직 완성된 인격체가 아닌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데 실수 한 번으로 학생부에 기록돼 오랜 기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선 교육적 지도 후에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법률적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