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학생, 중학교 때 사교육비 더 썼다”

입력 2017-06-23 05:00
송수민 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결사반대’ 기자회견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가 중학교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장기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사고·외고 학생의 중학교 시절 사교육비가 일반고 학생보다 많았고, 고교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사교육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다양화 정책이 중학교 사교육비 부담을 높였다”는 자사고·외고 폐지론자들의 주장이 장기추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건 처음이다.

자사고 등은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허구”라며 문재인정부의 폐지 정책에 정당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폐지론에 힘을 싣는 연구 결과지만, 자사고·외고 폐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직속 기관의 연구여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신혜진 선임연구원이 22일 서울교육 종단연구 학술대회에서 논문 ‘고교유형에 따른 서울시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의 종단적 분석’을 발표했다. 논문은 2015년에 고교 3학년이었던 학생의 중1부터 고3까지 6년치 수학·영어 사교육비 지출액 변화를 분석했다. 대상은 서울지역 학생으로 일반고 634명, 외고 37명, 자사고 109명이다.

중학교 때는 외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고교 때는 자사고 특목고 일반고 순으로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특히 외고 학생들은 중학교 때 영어 사교육을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1 때 평균 29만6100원을 썼지만 중2 때는 37만3900원, 중3 때 40만1100원으로 늘어나다 고1 때 25만8900원으로 확 줄였다. 외고 입시는 영어 내신 성적 비중이 크다. 고입을 앞두고 영어 사교육에 집중한 경향이 뚜렷했다.

수학도 비슷했다. 일반고는 중1 22만3700원, 중2 24만3900원, 중3 25만5900원으로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반면 외고는 중1 24만6700원에서 중3으로 올라가면 39만3800원으로 15만원가량 뛴다. 자사고도 중1 25만800원에서 중3 36만1100원으로 상승한다. 고입을 앞두고 일반고보다 외고·자사고 진학생의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났다.

다만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2015년 이후 내신성적 대신 추첨과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하도록 입시 제도를 변경했다. 이 연구는 중학교 내신 성적을 반영했던 2015년 이전 학생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현재 자사고 입시준비생과는 다를 수 있다.

자사고·외고의 반발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자사고 학부모 모임인 ‘자사고 학부모연합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진영 논리를 앞세운 자사고 폐지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 31개 외고 교장 모임인 전국외국어고교장협의회도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