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첫 정책 행보는 유통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6월 개정으로 ‘솜방망이’가 된 대형마트·백화점의 갑질 제재 수위를 1년 만에 ‘쇠몽둥이’로 되돌렸다. 오는 10월부터 법을 위반했을 때 부과하는 과징금의 규모를 대폭 상향했다(국민일보 2일자 21면 보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과율을 60∼140%로 올리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22일 행정예고했다. 개정 고시는 법 위반금액의 30∼70%로 규정한 현행 과징금 수준을 배로 끌어올렸다.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재벌 개혁과 함께 유통업계 갑을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한 지 사흘 만이다.
특히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할 경우 100% 이상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눈에 띈다.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에서 10억원을 부당 반품해 중소 유통업체에 손해를 끼쳤다면 최대 14억원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게 된다.
법 위반 후 스스로 시정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비율도 줄인다. 기존에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뒤 납품업자에 대한 피해를 100% 보상하면 과징금을 최대 절반까지 낮춰줬다. 이와 달리 개정 고시는 직접 시정 조치를 해도 최대 30%까지만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못 박았다. 공정위 요청 자료의 성실한 제출 등 조사에 협조할 경우 감면율(30% 이내)도 20% 이내로 하향 조정했다. 단순 협조했을 뿐인데 30%까지 과징금을 깎아주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부채 등으로 현실적으로 과징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업체에 대한 과징금 산정 규정도 정비했다.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기준과 동일한 요율을 적용키로 했다. 단순 자본잠식의 경우 과징금의 30% 이내에서 감액하는 식이다.
개정 고시는 다음 달 12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친 뒤 규제 심사 등을 거쳐 시행된다. 최종 확정·고시 시점은 10월 중 결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으로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 억지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김상조 경제개혁 1탄… ‘갑질’ 백화점·마트 ‘과징금 2배’
입력 2017-06-23 05:00